안녕하세요. 님.
사진팀 박미소입니다.
2023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네요. 이맘때가 되면, 제가 쓰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한 해를 돌아보며 제가 자주 듣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정리해 보여줍니다. 주변 지인들은 올해 가장 좋았던 영화나 드라마, 음식점들을 꼽아서 공유하곤 하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바야흐로 ‘연말 결산’ 시기가 찾아왔어요.
좀 유난스러울 수 있지만, 저의 연말 결산 카테고리에는 ‘비밀의 화원’이 있습니다. 잠시 제주도 차밭에서 일을 한 적 있는데요, 그곳에서 만난 한 어른과 대화를 나눌 일이 많았습니다. 마음과 생활에 새기고픈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중 님에게 공유하고픈 것이 있어요.
그분이 말하시길,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자신만 아는 어떤 특정한 장소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면, 여행을 갈 땐 인천공항 출국장 E편 제일 안쪽 창가 아래 의자, 식물원 어딘가에 우뚝 선 참나무 아래 벤치. 이런 곳에서 가만히 앉아 노래를 듣는다거나 책을 읽으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거나 가라앉은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행위는 김영갑 사진작가의 ‘비밀의 화원’이란 단어를 빌려 기록해도 좋을 거 같았어요. 저만 알고 싶은 비밀이지만, 올해 제가 꼽아본 비밀의 화원을 조금 풀어보자면,
볕이 잘 들 때, 부암동의 명란식당에 들러 햇빛이 내려앉은 명란덮밥을 먹는 것.
윤동주문학관을 지나 청운문학도서관에서, 폭포가 나무 창문 사이로 보이는 별관에 신발을 벗고 앉아 책을 읽는 것.
제주 신촌리 닭머르 해안길 옆 신촌 4.3성터에 숨겨진 나무 벤치에 앉아 파도를 가만 바라보는 것.
약현성당 정문 앞 시계 아래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
평일 이른 저녁, 필름포럼 독립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이 외에 더 있는데, 비밀의 화원이란 말의 뜻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밝히지 않겠습니다. 님도 이런 비밀의 화원이 있으신가요? 혹시 공유하고 싶으시다면, 저의 메일이나 뉴스레터에 회신을 보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감사히 누리겠다는 인사, 먼저 드립니다.
얼마 남지 않은 연말, 각자의 비밀의 화원에서 온전히 숨을 고르고,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씩 님만의 비밀의 화원에서 제가 다룬 포토IN 기사를 읽는 기분 좋은 상상과 욕심을 조금 보태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항상 평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