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사IN> 독자 여러분, 사진팀장을 맡고 있는 이명익 기자입니다.
뉴스레터로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는 두 번째 시간입니다. 독자님들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이 시간이 무척 많이 떨립니다(두근두근).
얼마 전 좀 많이 놀랐습니다. 저희 사진팀의 막내인 박미소 기자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저와는 나이 차가 좀 나다 보니 다른 세대라는 게 느껴지긴 했지만, 박 기자가 쓴 뉴스레터는 뭐랄까요, 제가 박미소가 아니라 이슬아(작가님에겐 죄송)를 뽑았나 싶을 정도였죠. 맛집 리스트나 저장해놓고 곳간에 저장해놓은 곶감마냥 꺼내 먹는 아재 감성에 '비밀의 화원'이라니... 굳다 못해 돌덩이가 돼버린 제 감성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사진기자이니 오늘은 사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 그리고 이건 제가 처음 밝히는 건데 사실 박미소 기자가 원서를 냈을 때 전 열어보지도 않고 속으로 '이름은 합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딸 이름도 바로 '미소'이기 때문이죠. 속으로 '이름은 합격'을 외치고 있는 모습에 참 부모라는 건 웃긴 존재(?)구나 생각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사진을 잘 찍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 사진 잘 찍는 법은 바로 '아이 사진 잘 찍기'입니다.
부모에게 아이는 어떤 이유로든 사랑스럽고 귀여운 존재입니다. 그 사랑스럽고 귀여운 존재를 앞에 두고 부모는 어떻게 할까요? 스마트폰 카메라를 바로 눌러버립니다. 고민할 필요는 없죠. 이 사랑스러운 존재 앞에 찍는 행위의 고민 따윈 사치입니다. 하지만 그 사진은 한두 번 보고 난 뒤 카톡으로 전송되거나 스마트폰 속 어딘가에 저장된 후 잊히고 맙니다. 왜냐하면 배경은 바뀌는데 피사체(인물)의 표정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아이 사진 찍기의 첫 번째 조건은 'V' 시키지 않기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자고 하면 아이들은 조건반사적으로 웃으며 손가락으로 'V'를 만듭니다. 키즈카페에서도 캠핑장에서도 바닷가에서도 심지어 영등포에 있는 타임스퀘어에 가거나 큰돈을 들여 뉴욕 타임스퀘어를 간다 해도 사진 속 아이는 'V'만 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에도 희로애락이 있을진대, 울던 아이도 사진을 찍자고 하면 웃으며 'V'를 하고 다시 웁니다. 이런 광경은 정말 기겁할 만합니다. 사진은 피사체와 장소가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아이만을 찍는 게 아닙니다. 그곳에 간 이유와 장소가 중요하다는 점을 사진 찍을 때 기억해주세요. 사진을 찍기 전 한 번이라도 아이와 함께 주변을 둘러봐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키즈카페에서는 멈추지 않고 뛰어노는 모습을, 캠핑장에서는 모닥불에 마시멜로를 굽고 있는 모습을, 바닷가에서는 파도를 향해 달려나가는 아이의 모습을 담아보십시오. 처음에는 사진을 위해 멈칫 하고 같은 포즈를 취하던 아이도 어느 순간에 사진 찍는 행위를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그 장소 속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런 장면을 포착한 사진이 좋은 사진입니다.
그러려면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주위를 돌려보고, 조금 더 좋은 사진이 나오도록 구도를 궁리해야 합니다. 아이를 움직여서 가운데 놓고 "웃어봐" 말하기 전에 아이가 웃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말을 던져야겠죠. 그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꼭 스마트폰을 쳐다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안 봐도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세요. 얼마든지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언젠가 독자 여러분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함께 사진을 찍으러 나가보고 싶습니다. 아이와 함께 나오신다면 더더욱 좋을 테고요. 누구나 사진기를 손에 든 세상. 터치 한 번이면 이미지가 생성되는 세상에서 좀 더 좋은 사진은 무엇인가? 함께 얘기해봐도 좋을 거 같습니다. 언젠가 저희 집 작은 '미소'와 사무실의 큰 '미소'와 함께 독자 여러분을 만나는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