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사진팀 조남진 기자입니다.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계절은 봄의 문턱을 넘고 있는데, 저는 아직 겨울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성탄절 아침에 찾아온 감기가 제 몸속 어딘가에 둥지를 틀었는데, 아무리 내쫓으려고 해도 통 나갈 생각을 안 합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 대부분은 두꺼운 외투를 벗고 간절기 옷으로 바꿔 입었는데도 저는 털모자가 달린 겨울 외투를 입고 다닌답니다. 콜록콜록 기침 소리까지 더하며 수많은 출근 동지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지요. 독자님께서도 간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사진팀 기자들이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이라는 기획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7일 첫 온라인 기사를 시작으로, 오늘(3월9일) 63번째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활동가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저 역시도 10년 전 기억을 하나둘 소환하고 있습니다. 출근 준비하다 보게 된 속보, 전원 구조, 오보로 판명된 기사들, 현장으로 달려가던 기억과 흐느껴 울던 가족들의 모습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사실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지요. 당시의 기억을 소환해내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그럴진대 유가족분들은 얼마나 더 힘드셨을까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사실 죄송한 마음에 다음 질문을 이어가기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요, 얼마 전 인터뷰를 하기로 한 유가족께서 약속 장소를 알려주셨는데 우리 동네, 그것도 제가 자주 다니는 식당 건물에 위치한 사무실이었습니다. 인터뷰 전날 이사 왔다고 하더군요. 본래 있던 사무실도 바로 근처였고요. 사는 곳도 우리 동네 였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우리 동네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혹여 누군가, 제가 수없이 다니는 마트·편의점·식당 등 일상 공간에서 그분들의 상처를 후벼파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유가족은 ‘이제는 그런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별로 신경 안 쓴다’고 하시더군요.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누군가의 아픔을 술안주 삼고, 분풀이와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현실에 고개가 숙여질 뿐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제가 자주 가던 해장국집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거기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누가 우리의 아픔을 저울질하는지 잘 알고 있다”라고요.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입니다. 오는 4월10일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곧 세월호 10주기가 찾아옵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저울질하는 사람이 아닌,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줄 사람으로 가득 찬 22대 국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시길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