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지난해 11월 입사한 <시사IN> 김세욱 PD입니다. 유튜브를 만들고 있습니다. 혹시 평소 <시사IN>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 궁금한 독자님 계실까요. 저는 합격 연락을 받고 입사 전 열심히 <시사IN> 기사를 읽었습니다. 글을 보며 함께 일할 선배들이 어떤 사람일지 상상해보곤 했는데요. 직접 대면한 선배들은 글로 떠올린 모습을 뛰어넘는 엄청난 분들이었습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6개월 차 신입이 직접 겪어본 ‘<시사IN>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시사IN> 홈페이지 왼쪽 메뉴 바 아래에 있는 ‘만드는 사람들’에서 사진을 찾아보면 더욱 몰입하실 수 있습니다.^^)
먼저, 저를 포함해 ‘유튜브팀’으로 불리는 장일호 선배, 최한솔 선배, 동기 이한울 세 명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시사IN> 유튜브는 2024년 1월1일부터 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구독자가 16만3000명 늘어났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3개월 만에 만들어진 성과는 타 채널과 비교해도 ‘대박’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유튜브팀 대화방에서는 매일 쭉쭉 늘어나는 구독자, 조회수로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다들 서서히 지쳐갔는데요. 특히 12월 론칭 준비부터, 방송 틀을 잡아가는 1월에는 매일 야근했고, 주말에도 일 생각에 쉬지 못하니 모두 예민해졌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탈진 직전, 구독자 10만 달성 기념 2월 초 회식 자리. 저는 수습 끝난 막내가 맡아야 할 추가 업무 관련으로 일호 선배에게 격한 짜증을 냈습니다. 회식이 끝난 뒤 곧바로 장문의 사과 톡을 보냈고, 일호 선배의 “신경 쓰지 마, 나중에 너 같은 후배 만나라”라는 쿨한(?) 저주를 받고 마무리됐습니다. 누구보다 고생하는 일호 선배에게 화를 냈다는 사실에 오래 자책했지만, 그때마다 일호 선배는 이미 잊었다고 풀어주셨습니다. 그리고 항상 “선배들 말 잘 듣지 마, 아니면 아니라고 해”라고 덧붙여주셨죠. 일호 선배 덕분에 <시사IN>에서는 후배라는 이유로 의견을 억지로 참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당연히 근거가 있어야겠지만요. 하하. 물론, ‘상명하복’을 강하게 주장하는 선배도 계십니다. 그 이유도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상명하복 선배’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적어보겠습니다. 다양한 선배가 함께 일하는 <시사IN>. 독자님이 읽는 뉴스레터에 6개월 차 신입이 선배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곳임은 확실합니다. <시사IN> 최고!
또 다른 유튜브팀 직속 선배인 한솔 선배는 저와 동기 한울이 들어왔을 때 <시사IN>에 있는 유일한 PD였습니다. 한솔 선배는 지금은 퇴사한 김진주 PD님과 함께 <시사IN> 유튜브를 위해 3년간 온갖 시도를 해온 <시사IN> 유튜브의 단단한 토양 자체입니다. 저는 입사 전, 방송국에서 프리랜서 생활을 해서 분업이 익숙한 사람이었습니다. 카메라는 카메라 감독이, 대본은 작가가, 방송 진행은 PD가… 한솔 선배는 이 모든 걸 혼자 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퀄리티도 좋았고요. 하지만 제가 느낀 선배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저는 방송 진행 초창기에 인서트 음악을 빠트리는 등 자잘한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그때마다 ‘아, 망했다. 선배가 혼내도 할 말 없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죠. 하지만 선배는 옆에서 “괜찮아, 방송엔 큰 지장 없어~“ 이런 말을 툭 던지며 멘탈을 챙겨줬습니다. 그날도 방송 실수를 하고 고개 푹 숙이며 퇴근하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습니다. 우산이 없어서 방수 패딩에 달린 모자를 쓰고 겨우 집에 도착했습니다. 발코니에 서서 패딩 물기를 터는데 뜬금없이 한솔 선배 생각이 났습니다. 비는 맞았지만 안에 입은 옷과 몸은 하나도 젖지 않은 걸 보니 그리 큰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 실수는 방송엔 지장 없어~ 괜찮아” 하는 한솔 선배의 말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선배는 눈치 못 챘을 수도 있지만 그날 이후, 과하지도 무심하지도 않은 위로를 건넬 줄 아는 한솔 선배의 말을 더 잘 듣기 시작했습니다.
동기인 한울 PD는 저와 아홉 살 차이가 납니다. 저는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가 늦게 입사했고, 한울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입사한 ‘취업 천재’라 그렇습니다. 입사 첫날 마주한 자리에서 나이 차를 알았을 때 저는 한울에게 서로 이름을 부르고 반말하자 제안했습니다. 혹시 한울이 나이 많은 저를 어려워할까 봐 먼저 한 제안이었는데, 뒤늦게 한울이 말 놓는 게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어 아차 했습니다. 하지만 친해진 뒤 물어보니 불편은커녕 오히려 마음속에서 ‘아싸!“ 외쳤다 합니다. 네, 제가 6개월간 겪은 한울은 존대하자고 해도 놨을 친구입니다. 한울 덕분에 저는 덩달아 어려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유치하게 살고 싶은 게 꿈인 저와 참 잘 맞는 동기인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울이 마냥 어린아이 같은 건 아닙니다. 한울 PD에게 배울 점이 많은데요. 계획을 꼼꼼히 짜고 일을 끝까지 추진하는 능력은 함께 일하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또, 한울 특유의 긍정적 에너지는 <시사IN> 전체에 활기를 가져다줍니다. 제가 <시사IN> 합격 연락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물었던 게 “혹시 동기 있나요?”였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한울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간절히 원했던 동기인 만큼 함께 웃으며 성장하는 사이좋은 동료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뉴스레터엔 장일호 선배, 최한솔 선배, 이한울 동기 세 명의 이야기밖에 담지 못했네요. 1년에 한 번 정도 뉴스레터 쓰는 순서가 돌아오니, <시사IN> 식구들을 모두 소개하려면 몇십 년은 회사에 다녀야 하는군요. 몇십 년간 있을 많은 일들이 기대됩니다. 저도 <시사IN>의 멋진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사IN>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덧붙임) 마지막으로, 벌써 6개월 차이지만 <시사IN> 입사 소감 짧게 남기고 가도 될까요. <시사IN>에 입사한 걸 온 맘 다해 축하해준 어머니, 누나들과 매형, 고양이 가족 히온과 히로, 전 직장 동료분들(<시사IN> 정기 구독자이자 제 뉴스레터를 기다려준 휘연·주영·선영·윤이·화영·지원·용훈·지민·소민·권훈·우광·기성·지연 등…) 그리고 말 못한 친구들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 드려요. 저도 여러분들 이야기에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