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사IN> 편집국장 맡고 있는 차형석 기자입니다.
며칠 전 <시사IN> 사람들은 근교로 엠티를 다녀왔습니다. 몇 년 만의 엠티인지 모르겠습니다. ‘엠티, 한번 가자’는 제안이 편집국 기자들 사이에서 나와서, 노동조합이 회사 직원 나들이를 추진했습니다. 가장 최근 입사자인 김세욱 PD와 이한울 PD가 레크리에이션 같은 것도 준비했습니다. 사진팀 박미소 기자가 그의 친구에게 ‘엠티 간다’고 했더니, “너네 회사는 엠티도 가냐? 독특하다”라고 했답니다. 긍정의 뜻인지, 부정의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엠티를 가서 ‘마니또’인가 하는, 그 옛날의 프로그램도 했습니다(마니또 용어 설명: 비밀 친구. 또는 제비뽑기 따위를 하여 선정된 상대방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편지나 선물, 선행 등을 제공하는 사람. 규범 표기는 ‘마니토’이다). 뭘 저런 걸 하나 싶었는데, 모두 열과 성의를 다해 선물을 준비하더라고요. 엠티에, 마니토라니. 좀 독특한가요?
사무실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시사IN>은 편집국장을 뽑는 방식이 독특한 편입니다. 편집국 구성원들이 투표로써 편집국장을 ‘선출’합니다. 예전 직장에선 ‘오너’가 편집국장을 지명했습니다. 제 기억에, 임기도 따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회사에서 ‘삼성 광고 삭제’ 사건이 벌어졌고, 그 이후 기자들과 직원들이 나와서 <시사IN>을 창간했는데, 새 매체를 준비하며 회의를 여러 번 했습니다. 저희를 도와주시던 분이 공간을 빌려주어서 경기도 파주의 어느 곳에서 중요 사안을 논의했습니다. 그때 정한 것 중 하나가 지금의 편집국장 선출제입니다.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좀 신기해하던데요, 그 과정이 좀 깁니다. 우선 편집국장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합니다. 편집국 구성원이 선거관리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을 뽑습니다. 선관위가 편집국 구성원에게 투표용지를 나누어줍니다. 편집국 구성원들이 1인 2표 후보 추천을 합니다. 재적 4분의 1 이상 추천을 받은 구성원이 편집국장 후보 자격을 얻습니다. 편집국장 후보가 결정되면 ‘편집국장 후보 청문회’를 합니다. 별별 질문이 나옵니다. 저널리즘과 종이 매체의 운명 같은 것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오니까요. 후보 청문회를 하고, 1주일 동안 투표를 해서 편집국장을 결정합니다. 선관위 선출부터 최종 투표까지 두 달가량 걸립니다. 2년마다 한 번씩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왜 그렇게까지? 유별나다’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앞에 언급한 ‘파주 회의’가 떠오릅니다. 파주에 모였을 때, 다들 새 매체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편집국장을 선출하는 방식도 기존 매체와는 달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선거를 하게 되면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다. 다른 매체도 그런 경험을 했다’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만의 방법을 만들어가자고 결론 냈지요. 16년째 편집국장 선출제를 유지하고 있으니, <시사IN>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고 봐야겠지요.
최근 편집국의 변진경 기자가 편집국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5월부터 임기가 시작됩니다. 저는 편집국장 임기를 마치고 이제 취재기자로 돌아갑니다. 사실 이 말씀 드리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한 거예요.
편집국장 임기 동안 <시사IN>의 곁을 지켜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종이 매체가 처한 언론 지형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시사IN> 같은 독립 언론은 더 그러하고요. 그래도 독자가 신뢰할 수 있는 매체를 만들기 위해 <시사IN> 구성원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임 인사 드립니다. <시사IN>과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시사IN>의 ‘마니또’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