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9일 밤 우리는 잊기 힘든 상실을 겪었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참사 앞에서 사회 전체가 거대한 상실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사IN〉이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험을 감지하고 활용하는’ 행정력은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애도와 책임'을 위해 이태원 참사가 남긴 과제를 짚어봅니다.
다들 비슷하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처음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들었을 때, 방송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했습니다. 비현실적 현실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축제의 열기가 참사의 슬픔으로 바뀌는 게 이렇게 한순간이라니, 허망함에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 중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참사 소식을 듣고서 “어, 3학년 형이 어제 이태원 간다고 했는데…” 하는 겁니다. 저도 아는 아이입니다. 괜찮은지 알아보라는 말도 꺼내기 어려웠는데, ‘저녁에 갔다가 집으로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한숨을 내쉬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그날 밤 현장에 <시사IN>의 문상현 기자가 있었습니다. 취재를 하러 간 게 아니었습니다. 이태원 인근에 사는 문 기자가 운동을 하러 갔다가 참사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갔다고 합니다. CPR을 할 줄 아는 그는 사람들을 돕고 구조에 나섰습니다. 그 기사(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그날, 이태원에서)를 이번 호에 싣습니다. 참사 현장의 기록을 읽다가 다시 한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 기사를 본 다른 기자가 “문 기자가 혹시라도 마음을 다쳐 심리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현장 취재기자들의 심리 지원을 논의해야겠습니다.
출근길에서, 모니터 앞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를 읽다가 느닷없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지금은 애도할 때’라고 하는데, 누가 그러라고 하지 않아도 슬픔과 애도의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어떻게 무 자르듯이 나누어지나요? 슬프다가, 도대체 이런 참사가 왜 생겼나 하는 의문이 계속 생깁니다. 외신 기자회견에서 어이없는 농담을 하는 한덕수 국무총리나 책임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보기 힘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보면서, 지금 애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애도하는 마음으로 원인이 무엇인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따져야겠습니다. 저는 그게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볼 수도, 안 볼 수도 없는 세상입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는 마음이 힘들어 이태원 참사 관련 소식을 피하고 싶은 분도 있을 듯합니다. 저희 마음 또한 때로 그러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취재하고 뉴스를 전하는 게 직업인 사람들입니다. 이번 참사와 그 원인을 제대로 알려, 정말이지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애도라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호 <시사IN>을 만들었습니다.
돌아가신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유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각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함께 이 어두운 시간을 견뎌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마다 희생자를 애도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위험한 곳에 왜 갔냐"며 희생자를 탓하는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올해 핼러윈, 수많은 사람이 부푼 마음으로 서울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을 뿐입니다.
기대는 악몽으로 변했고 156명이 생명을 잃었습니다(11월4일 기준). 사회적 참사 앞에 무심히 던져진 공직자들의 말은 공분을 샀습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발생 사흘이 지나서야 겨우 사과했습니다.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녹취록엔 저녁 6시부터 사고의 징후를 구체적으로 알리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날 참사를 막기 위해 국가가 해야 했던 일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