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이 선정한 2022년 ‘올해의 인물’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대형 참사 앞에서 정치와 관료제는 무능했고, 우리 사회는 어떻게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 것인지 근원적인 질문 앞에서 여전히 방황하고 있습니다. 굳건한 연대와 온전한 추모가 이어져야 한다는 뜻을 담아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사 주간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2주가량 먼저 송년을 맞이합니다. 통상 최종 마감일의 다다음주 화요일이 발행일로 찍힙니다. 주간지 ‘유통기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 호 발행일이 12월27일로 찍힙니다. 송년호입니다.
이번 송년 특대호는 세 묶음입니다. 먼저 ‘올해의 사진’. 2016년부터 시작한 기획입니다. 사진과 짧은 에세이를 통해 해당 연도의 주요 사건과 이슈를 한눈에 조망하는 기획입니다. 2022년 ‘올해의 사진’에는 사진가 14명(〈시사IN〉 기자 4명 포함)이 참여했습니다. 이 사진에 필자들이 짧은 에세이를 붙였습니다. 외부 필자로는 곽재식 김멜라 김연수 김원영 김혜진 박서련 배명훈 서효인 아정 오은 유희경 윤성희 이기호 이문재 정보라 정은정 정지돈 조해진 최은영 최진영 황정은 등이 글을 보탰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이런 글을 보내왔구나’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송년호 사진들은 12월27일부터 웹페이지(photo.sisain.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묶음은 ‘2022 행복한 책꽂이’입니다. 현업 출판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올해의 책·올해의 번역가·올해의 출판사·올해의 루키 출판사를 선정했습니다. 얼마 전 독자위원회에서 만난 한 독자분은 〈시사IN〉에서 소개한 책으로 독서 목록을 꾸린다고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한 해 동안 읽은 책을 떠올리며 ‘2022 행복한 책꽂이’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마지막 묶음은 ‘올해의 인물’입니다. 〈시사IN〉은 편집국 구성원들의 무기명 투표와 토론을 통해 ‘올해의 인물’을 선정합니다. 2022년 〈시사IN〉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시사IN〉은 희생자 가족, 현장에 있던 소방관, 참사 이후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 등을 취재했습니다. 10월29일 벌어진 이 비현실적 참사는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아직도 그 아픔이 진행 중입니다. 국정조사 등 할 일이 많이 남았습니다.
〈시사IN〉 제794호에 김현철 교수(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 및 정책학과)는 사회적 참사 이후의 공동체 변화에 대한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참사가 일어나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깊은 슬픔과 아픔을 겪습니다. 하지만 공동체가 힘을 합쳐 그 참사의 피해를 잘 보듬고 극복해나간 경우,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 및 유대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는 ‘10·29 이태원 참사’를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2월10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모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유가족협의회를 통해 연락이 닿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995년생, 184cm의 건장한 체격이었던 고(故) 이경훈씨의 어머니입니다. 10월29일, 어머니는 집에서 키우는 금붕어 한 마리에도 애정을 쏟던 아들을 잃었습니다. 매일 밤 텅 빈 아들 방을 바라보던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눌 수 없는 슬픔 속에서 겨우 입을 떼며 시사IN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이유입니다.
경훈씨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더 이상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희생자 158명이 조금이나마 위로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필수입니다.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재난의 책임자 중 한 명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직을 유지하고 있는 한, ‘철저한’ 진상 규명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유족들의 입장입니다. 경훈씨 어머니는 말합니다. “책임지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이 목숨보다 소중한가요. 묻고 싶어요.”
유족들의 외침에 응당 답을 내놓아야 할 권력자들은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애초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합의해 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 기간 45일 중 20일이 지났습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기한은 2023년 1월7일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