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력을 극단적으로 높인 돌연변이인 오미크론이 출현했습니다. 〈시사IN〉은 감염내과 전문의, 현장 대응 관리자, 면역학자, 정부 관료 등 감염병과 방역 분야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 오미크론으로 인해 2022년에 펼쳐질 수 있는 장면 7가지를 그려봤습니다. 2021년의 우세종이었던 델타 변이와 비교할 때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2.5~4배에 달하는 반면 중증도는 3분의1 정도로 파악됩니다. 전문가들은 오는 2~4월 하루 확진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에 맞는 방역 체계의 전환을 주문했습니다.
변화는 생각처럼 빨리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하찮은 것조차도 변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은 작지만 여럿은 힘이 됩니다. 〈시사IN〉과 오늘의행동이 ‘행동 구독’을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뉴스를 읽고 분노하거나, 안심하거나, 무기력하거나, 잊어버리는 대신 나와 지구를 위한 ‘재밌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녹취록 유출이 중대한 정치적 사건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없지 않습니다. 사적 공간의 은밀한 이야기가 공적 영역에서 진행된 사건의 객관적 실체를 규명하는 데 요긴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김건희 녹취록’에 그 역할을 요구하기엔 화자(話者)의 사고방식이 너무 범상치 않습니다. 예컨대 ‘돈과 권력이 최고’라고 조용히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다른 사람에게 솔직히 털어놓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보통 사람들의 머릿속엔 언제나 ‘자기검열’ 기제가 작동 중이거든요. 그러나 김건희씨는 자신의 지불 능력을 거리낌 없이 과시하며, ‘미투’마저 단지 ‘돈 문제’로 돌려버립니다. 이 정도의 ‘솔직함’은 자신이 자신을 보는 관점, 즉 ‘자아상’이 지나치게 높은 데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및 측근)의 능력과 도덕성을 과신하기 쉽습니다. 좀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김씨는 여러 사건에 연루된 모친에 대해 “우리 엄마가 진짜 억울하”고 “진짜 불쌍해요”라고 말할 뿐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심했다는 인식을 살짝 드러내지만, “그냥 좀 가만히 있”지 않은 상대방의 잘못으로 돌립니다. 이렇게 자기애가 강하면, 현실의 자신과 완벽한 자아상 사이의 간극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어떻게든 그 틈을 메워 남에게 보여주려 합니다. 그의 연이은 허위 경력 제출과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동기에 대해 김씨는 “잘 보이려” 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정확한 설명일 수 있습니다. 자기애가 부풀어 오르다 보면 때론 ‘탈속’의 경지를 지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씨는 자신을 “도사들과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 하는 걸 좋아”하는 “영적인 사람”으로 소개하지요.
김건희씨는 ‘윤석열 후보’가 들어가야 할 ‘주격(主格)’의 자리에 자신을 넣는 화법을 자주 구사합니다. “‘우리’가” “박근혜 수사하고… 서울지검장 가고… 특검 했다”는 식입니다. 그로서는 자신을 권력(검찰총장, 대통령 후보)과 동일시하는 것만으로도 자아상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 수 있었을 터입니다. 자기애는 ‘팩트’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건희 녹취록’이 ‘진실의 실마리’로는 매우 부적절한 자료라고 봅니다.
이번 호(제750·751호)는 ‘설 합병호’입니다. 김연희 기자가 커버스토리에 쓴 표현대로 ‘극강의 전파력’을 가진 오미크론 변이로 불안한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만, 독자 여러분께서는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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