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김다은입니다. 오늘은 저의 뜬금없는 ‘커밍아웃’으로 뉴스레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저는 최근 웹소설 쓰기에 빠져 있습니다. 음지의(?) 문화를 경험하며 크고 작은 변화들을 겪고 있는데요. 그 경험이 꽤 저를 설레게 하는 요즘입니다. 새삼 자기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인간을 고무시키는 일인지 깨닫고 있기도 합니다.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것이니 그것 역시 좋은 일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기사가 아닌 것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유연하고, 낭만적인 걸 쓰고 싶었달까요. 그래서 뭔가를 끄적였지만 그저 ‘내 문서’ 폴더에 조용히 잠들어 있을 뿐이었죠. 그러다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며 “뭔가를 썼어”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너무나 강경하게 “썼으면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설파하지 않겠습니까. 친구의 말을 듣다 보니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사람들의 반응이 필요한 일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것이 계속해서 뭔가를 쓰게 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을 테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써야만 더 나아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면 누군가에게 자신이 쓴 것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과정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구라도 좋아해준다면 그것 또한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글을 올렸고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금세 ‘봄날의 곰’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곰살맞은 마음으로 써준 ‘후기’라는 걸 읽는 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더군요. 게다가 처음엔 ‘이거 너무 이상한데 이런 걸 올려도 되나’ 했던 마음이 서서히 변하여… 이제는 제가 제 글의 가장 열렬한 팬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도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저를 독촉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죠(웃음).
물론 한동안은 현실에서 저를 아는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뭔가를 쓴다는 걸 말하게 되면, 대개는 “그게 어떤 글이냐?"라고 묻기 마련이고 얼버무리면 얼버무리는 대로 꽤 음침하니까요. 게다가 제 성격상, “대략 줄거리만 알려주겠다”라고 운을 뗀다 해도 결국 모든 걸 술술 털어놓고 말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현실의 저를 아는 사람에게 부캐의 제가 쓰는 가상의 이야기를 자세히 말한다는 것은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아니, 용기 이전에 무용하다고도 느껴졌고요.
하지만 즐거운 감정이라는 것은 내내 꽁꽁 싸매고 있을 순 없는 것이라, 혼자 뭘 보면서 계속 웃고 있다든지(역시 음침하네요) 갑자기 떠들썩해진다든지 하는 것을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긴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저 역시 어느 순간이 되자 그것을 계속 숨기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제가 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제가 맺고 있는 친교를, 그들의 이야기 안에 투영된 제 생각을 적어도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나누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커밍아웃 스토리가 시작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독자님께 이런 이야길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최근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제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떠올리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이 일이 저에게 정말 즐거운 일이었나 봅니다. 말하고 싶었나 봐요. 이 기회를 통해 자랑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요즘 아주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이지요.
그 덕에 취미라는 게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생각도 새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독자님은 어떤 취미가 있나요? 일이 곧 취미인 분들도 있겠지만, ‘잡다한 생각하기’와 ‘마음 가는 대로 뭔가를 해보기’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일과는 별개로 쓸모없지만 몰두할 수 있는 다른 세상을 갖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성을 들여 내 안의 세계를 가꾸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그것을 통해 누군가와 연결되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 말이지요. 저는 몇 년에 걸쳐 팟캐스트를 만들고 있기도 한데요. 가끔 저의 지구력에 놀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들어가는 것들에 대해서 저는 굉장히 평가를 박하게 하는 편이라, ‘그냥 하는 거지’라고만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하는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이제는 내 손으로 만든 모든 것들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쓴 기사도 역시요.
혹시 요즘 뭔가 답답하고 의욕이 없다면,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흘러가버리는 것 말고 하나씩 쌓아갈 수 있는 것으로요. 내 안의 것을 정직하게 꺼내는 과정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생명을 터트리는 이 봄이 모두 지나가버리기 전에, 어서요! 그리고 그 좋은 것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다음 뉴스레터 차례가 올 때까지, 독자님의 음침한 비밀생활을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