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사회팀 문준영 기자입니다.
사회팀 막내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를 쫓아다닐 기회가 비교적 많습니다. 때로는 일상과 너무나 다른 현장 앞에서 긴 여운에 잠기곤 하는데요. 지난 3월20일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사고가 제게 그런 현장이었습니다.
사고 이틀 뒤인 3월22일 오전,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가 분향소에 찾아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그때 그곳에서 손 대표를 처음 봤습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당시 저는 그의 눈물이 거짓이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직원을 잃은 대표가 흘리는 눈물은 자연스러워 보였고, 그가 느낄 부채감이 조금 가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당혹스러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손주환 대표가 직원에게 “어떤 X이 (기자를) 만나는지 말하라” “유족이고 XX이고”라며 폭언을 퍼부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자신의 회사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고작 언론보도 내용에 발끈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손 대표가 그날의 태도를 해명하기까지 아주 긴 시간이 걸릴 거라 예상합니다. “왜 그랬나” “분향소 눈물은 거짓이었나”라는 질문들로부터 오랫동안 자유롭지 못하겠죠. 진심이 무엇인지 의심받을 테고요.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날 아침 분향소 말고, 손주환 대표가 ‘사과’를 전할 수 있었을 또 다른 순간과 공간에 대해서요. 이 자리를 빌려 “이때 이곳에 그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만약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가 사건 직후 공장으로 달려왔다면/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과 함께 실종자 수색을 기다렸다면/ 마지막 실종자가 발견되는 순간까지 현장에 머물러 있었더라면/ 유족이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해도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면/ 2.5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소방과 경찰에 먼저 고백했다면/ 2.5층의 도면이 없으면 임의로라도 만들어 제출할 수 있도록 적극 조치했다면/ 안전관리가 미비했다는 점을 먼저 실토했다면/ 포토라인 앞으로 나와서 취재진 질문에 성심껏 응했다면/ 대전시청과 소방 등이 매일 수차례 연 합동 브리핑에 참석했다면/ 그래서 사고 조사에 도움이 되었다면···.
나열해보니 손주환 대표가 (실제로는 없었지만) 있었다면 좋았을 순간이 꽤 많더군요. 물론 이 일을 다 하려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이렇게 하더라도 질타를 피해 갈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일련의 행동들이 책임감 있는 사과로 다가와,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 어루만져주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눈물보다 행동을 그 사람의 ‘진심’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호에서 저는 안전공업 옆에 있는 공장 ‘엘엔티’의 사연을 다뤄보았습니다. 엘엔티는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입니다. 안전공업 사고 당시, 이곳에서 시작된 불길은 엘엔티 1층에 옮겨붙었습니다. 이 때문에 모든 설비가 망가졌고, 생산이 중단된 관계로 현재 회사는 직원 절반을 감축했습니다. 성장세를 이어가던 기업이 안전공업 때문에 단숨에 위기 상황에 빠진 것이죠. 엘엔티와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던 다른 중소기업들이 당한 피해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안전공업 화재에 감춰진 또 다른 피해자들을 함께 기억해주시고, 관심을 기울여주시면 좋겠습니다.
뜬금없는 이야기입니다만, ‘독자와의 대화’를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조회수로만 마주하던 독자님의 실체를 느낄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간혹 누군가 제 기사를 언급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그 독자가 학생이면 괜히 더 긴장되기도 한답니다. 다른 기자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어디선가 <시사IN>을 읽어주시고, 독자와의 대화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날씨가 참 좋은데요, 짧고 소중한 봄날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