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어딘가 익숙한 이름처럼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2022년 SBS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과 비슷한 제목입니다. 드라마는 권일용 프로파일러를 각색한 캐릭터 송하영이 후배 프로파일러 임용식에 참석한 모습으로 끝나는데요, 책 <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은 바로 그 첫 후배이자 경찰청 공채 1기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 책의 첫 장이 시작되는 겁니다.
책을 쓰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건 ‘피해자의 가족이 이 책을 읽을 수도 있다’라는 점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끔찍한 사건을 흥미로운 소재로 치부하지 않고, 가해자의 변명을 수긍하지 않겠다는 걸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이 원칙을 프롤로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가해자의 서사는 오로지 또 다른 가해자의 서사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가해자의 서사를 철저하게 이용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이런 조건에서 범죄가 일어나는구나’ 깨닫고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키려면 경찰과 정부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고민해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입니다. 유영철, 강호순, 정남규 같은 연쇄살인범 대신 n번방의 조주빈, 서현역 칼부림 사건의 조선, 필리핀에서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 같은 새로운 유형의 범죄자가 생겨난 시대에 “세상에 이런 몹쓸 일이” 같은 탄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바이러스가 진화하면 백신도 부지런히 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이라면 가능한 한 백신을 맞아 집단면역을 가져야 합니다. 범죄와 예방도 마찬가지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출간하기 전 <시사IN> 지면에도 7회차에 걸쳐 ‘경찰로 간 심리학자들’이라는 연재 기획으로 실었습니다. 화창한 봄날 주말에 읽기에는 조금 섬뜩하고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는 악이 이유를 찾고 있을 테니까요. 오늘도 무탈하고 평안한 하루 보내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