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시사IN> 편집소통팀 이상원 기자입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근래 본 기사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가볍다면 가벼운 이슈였습니다. 대기업 회장의 딸 사진이 SNS에 공개됐다는 기사였습니다. 서로 다른 매체 수십 개가 똑같은 내용에 흡사한 제목을 붙여 보도했습니다. 가십을 다룬 어뷰징 기사의 범람, 이제는 익숙한 광경입니다.
놀란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온라인 포털 기사마다 댓글 작성이 막혀 있더군요. 댓글난에 쓰인 문구도 같았습니다. “매체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 많은 언론보도 가운데 댓글을 쓸 수 있도록 한 건 두어 개 매체 기사뿐이었습니다.
명분은 있습니다. 회장의 딸은 15세 미성년자입니다. 그의 부친과 모친은 과거 내연 관계였습니다. 익명의 누리꾼 중 일부가 어린 자녀를 험한 말로 공격할 게 분명합니다. 제 책임도 아닌 일로 미성년자가 비난받는 일은 부당합니다. 이번 보도에 한해서 보면 별달리 문제 없는, 오히려 잘한 조치입니다.
그럼에도 이상했습니다. 매일 포털에서 뉴스를 살펴보면서도 이런 사례를 좀처럼 본 적이 없습니다. 수년 전부터 자살 보도에 일괄적으로 댓글을 막는 원칙이 생긴 건 압니다. 그러나 미성년자 관련 사안, 민감한 사생활이 개입된 사안, 그 밖에 상처받지 않아야 할 사람이 상처받을 수 있는 사안을 다룬 보도가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와중에도 늘 댓글난은 열려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늘 그랬듯 오늘도 거기서 신나게 입방아를 찧습니다.
불순한 의심이 듭니다. 댓글을 닫은 그 매체들은 미성년자 인권 감수성이 성숙한 게 아니라 ‘후환’이 두려웠을 따름이 아닐는지요. 이례적 조치는 그저 대기업의 소송이나 광고를 무기로 한 압박을 염려한 결과가 아닐는지요. 약자를 대상으로 한 악성댓글을 방치할 뿐 아니라 오히려 유도하는 듯한 거친 제목과 내용을 담은 그 매체들의 기사를 우리는 매일 읽어왔습니다.
댓글의 효용과 해악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습니다. 인권 보호를 중시해 댓글난을 닫을지, 공론장 활성화를 우선해 댓글난을 열지는 각자 선택할 영역입니다. 다만 그들 “매체 댓글 정책”에 일관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 있는 소수자’를 보호하면서 나머지는 외면하는 고무줄 정책이 비겁하다고 느꼈습니다.
염치없지만 기-승-전-읍소로 편지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일관성, 정론직필을 지켜나가는 데에는 돈도 필요합니다. 지면과 유튜브 구독,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주에도 압박에 굴하지 않고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가 많습니다. 앞으로도 매주 노력하겠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