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정치이슈팀 이한울 PD입니다.
입사해서 첫 뉴스레터를 쓴 게 엊그제 같은데 총선·대선·지선까지 매년 큰 선거를 치르다 보니 어느새 3년 차가 되었습니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느끼는 점은 “민주주의라는 팀플 참 빡세다!”입니다. 당선과 낙선으로 승패가 갈리니, 선거가 끝나면 결과를 분석하고 원인을 따지는 일이 이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잘못한 사람들’이 줄줄이 호명되고 거친 비난이 오가는 걸 보다 보면 피로감이 몰려듭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부정선거론이 속출하는 모습에 ‘그냥 민주주의 하차하면 안 될까···’ 싶은 무력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다큐멘터리 <남태령>을 보았습니다.
12·3 비상계엄으로 어수선하던 그해 겨울, 남태령에서 경찰에 막힌 농민들의 트랙터를 맞이하러 나온 시민들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며 눈에 띈 건, 그날의 연대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남태령 이후 청년들이 온갖 투쟁 현장으로 달려가 ‘말벌동지’가 되고, 노동자들이 퀴어 퍼레이드에 함께하는 모습으로 이어졌습니다. 조별 과제가 아무리 삐걱거려도 어딘가에서 서로의 손을 잡는 이들은 여전히 있었습니다.
영화는 소위 ‘콘크리트’라 불리는 대구·경북 여성들의 삶도 비춥니다. 이들은 선거철이나 산불 같은 재난 때마다 지역 전체를 묶어 비난하는 편견과 마주합니다. 하지만 도망치는 대신 자신이 발 디딘 곳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시사IN>이 만난 허승규 안동시의원(녹색당)과, <시사IN> 유튜브 채널 ‘김은지의 뉴스IN’에 출연한 대구 달성의 박형룡 후보(더불어민주당)에게서도 비슷한 결을 봤습니다. 겉보기에는 그대로인 듯해도 그 안에는 작은 변화가 일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저 역시 선거 결과라는 단면만으로 세상을 ‘납작하게’ 재단해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읽힙니다. 최근 진행된 <시사IN> 웹조사에서도 이 지점을 짚고 있습니다. 어떤 지역이나 세대를 쉽게 ‘저쪽’으로 묶기 전에, 그 뒤에 숨은 다층적인 맥락을 살피는 것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투표함에 담긴 마음도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이번 주말에는 내 주변의 작은 변화들을 찬찬히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님의 생각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