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마감을 하려고 문서 창을 띄운 지금, 마침 제 책상 앞에는 선물받은 퀵 커피 패키지가 놓여 있습니다. 물이나 우유에 퀵 커피 한 개를 넣으면 바로 커피 한 잔이 완성되어서 퀵 커피라 하는 모양입니다. 실은 그저 인스턴트커피의 다른 이름 아닌가 싶지만 퀵 커피라는 이름이 훨씬 더 직관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제품의 이름이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제품 이름은 ‘잘되어 가시나’입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자주 보지 못하는 동료들의 근황을 알게 됩니다. 취향도, 취미도 다양하구나 깨닫습니다. ‘내겐 너무 이렇다 할 근황이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하다, 마침내 한 가지를 떠올렸습니다. 얼마 전 참석했던 한 요가원의 ‘원데이 클래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왠지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해보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기사 마감을 하던 와중이라 딴짓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었다고 짐작합니다. 인기가 많은 요가원이라 예약하기 힘들 거라고 들었지만 ‘또 모르지’ 하는 마음에 홈페이지에 접속해 준비를 했습니다. 12시 정각, 잔여석이 열렸습니다. ‘광클릭’에 성공해본 적 없는 저는 역시나 실패했습니다.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했습니다. 물론 그 시간만큼 마감은 늦어졌습니다만, 밤이 되자 마침내 누군가 취소한 자리를 사수하는 데 성공합니다. 취재를 그렇게 하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일단 순간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요가원이 익숙하지 않은 저는 새벽 수업에 도착해 뒷자리, 특히 구석 자리를 찾아다녔습니다. 아주 임박해서 도착했기에 앞자리밖에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어쩐지 고수의 ‘스멜’이 풍기는 분들이 많아 보여서 되도록 피하고 싶었지만 방도가 없었달까요. 잔뜩 움츠린 채 매트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조금 뒤 어떤 수강생이 들어왔습니다. 늦게 왔는데 제일 앞자리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이, 역시 고수의 스멜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의 뒤를 따라오는 생명체가 있었습니다. ‘총총총총’ 걸음 소리가 선명한, 개였습니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저는 평소 길에서 강아지를 만나면 주춤하는 편이기 때문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바로 옆에서 개의 숨소리를 들으며 수업을 받아야 하는지는 몰랐거든요. 게다가 수업 분위기는 굉장히 조용했습니다.
처음엔 저 친구가 내게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가 무슨 동작을 하다 해를 끼치면 어떻게 하지? 머릿속 상상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저 혼자만 혼란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요가 강사도, 수강생들도 익숙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정말 신기한 일은 수업이 시작된 뒤에 벌어졌습니다. 잠시 주변을 탐색하던 강아지가 저 같은 이방인도 안심이라고 판단했는지 자리로 돌아가 반려인의 매트 옆에 가만히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한 시간 내내 거의 움직이지 않고 곁을 지켰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가만히 있을 수 있지? 신기해하던 저는 어느새 개에 대한 생각을 잊고 수업을 따라가느라 헉헉거렸습니다. 개의 숨소리보다 훨씬 컸다고 생각합니다.
요가원에 다녀온 뒤, 저는 요가 수업보다 반려견 동반의 시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습니다. 심드렁한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던 개와 눈이 마주치던 순간의 마음 같은 것들이요.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단지 낯설기 때문에, 주춤하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찾아보니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요가원이 적지 않았습니다. 최은영 작가는 산문집 <백지 앞에서>에서 동물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 모든 일이 한 마리의 고양이를 사랑하면서 시작됐다”라고요. “고작 한 마리의 고양이를 사랑했을 뿐인데 세상의 모든 동물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라고 적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그 개와의 만남을 생각합니다. 만약 얌전하지 않은 아이를 만났다면, 제 생각이 달라졌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하니까요. 또 어차피 저의 실력으로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못할 테니 불안해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다리를 뻗고 앉아서 몸을 조금 비트는 일조차 쉽지 않아 버벅거릴 때 그 친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퀵 커피는 생각보다 맛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가루형 커피와는 확실히 다르네요. 새로 시도해본 요가원처럼 조금 다른 맛을 접하게 되어 기쁩니다. 마감날의 딴짓이 예상치 못한 만남을 주선했던 것처럼 이번 주 마감은 또 제게 어떤 의외의 순간을 가져다줄까요. 글을 마치며 오늘도 독자님의 안부를 묻습니다. 잘되어 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