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은 공원을 좋아하시나요? 집 근처에 호젓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면, 아무리 ‘집콕’을 선호하는 분들이라도 좋아하시겠죠? 저도 좋아합니다. 다만 공원 접근성이 좋은 곳은 임차료가 비싸기 때문에, 조금은 마음먹고 이동해야 하는 때가 많죠. 저는 지금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서울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도장 깨기 하듯 서울 곳곳의 공원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공원은 고밀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곳이죠. 그래서 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품게 됩니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 공원이 생기면 좋겠다’ ‘공원 근처에 살고 싶다’라고요. 다들 비슷하시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 공원은 과연 부족할까요? 아니면 충분할까요? 그 질문을 얼마 전 오랜만에 떠올렸습니다. 바로 용산공원에 집을 짓자는 정치권의 목소리, 그리고 이후 계속된 논쟁 때문이었죠. 용산공원(미군 반환 부지) 일부를 택지지구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정부에서 제기되고,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없다”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어떤 ‘대립’과 ‘논쟁’이 생겼을 때 언론보도는 흔히 찬반 의견의 충돌 구도로 뉴스를 전합니다. 그런데 이 논쟁의 이면에 ‘서울은 과연 공원이 부족한 도시가 맞을까? 서울은 얼마나 밀도가 높은 곳일까?’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산공원을 어떻게 하자는 논쟁 이전에, 서울에서 공원이라는 공간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또 일상 속에서 ‘공원’이라는 형태가 얼마나 충분한지 혹은 부족한지에 대해서 말이죠.
우선 지표부터 따져보겠습니다. 서울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라는 웹페이지가 있습니다. 여기서 2017년에 재밌는 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바로 서울과 다른 나라 주요 대도시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한 결과죠. 도쿄·베이징·싱가포르·뉴욕·런던·파리까지 우리가 흔히 서울과 비교하는 대도시들을 면적·인구·교통·도시계획 등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인데요. 이런 비교가 사실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도시마다 ‘기준’이 다르거든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서울은 25개 자치구로 구성되어 있죠. 하지만 도쿄는 ‘시’가 아닌 ‘도’입니다. 그래서 서울과 도쿄를 비교하려면 ‘서울의 범주’를 인천과 경기도까지 포함한 권역으로 보든가, 아니면 도쿄에서도 23개 특별구 부분만 따로 떼어내 서울과 비교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서울연구원 조사에서는 이걸 아예 둘로 쪼개서 비교해요. ① 중심도시(Central Cities)와 ② 대도시권(Metropolitan Areas)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중심도시는 서울, 대도시권은 서울+인천+경기인 셈이죠. 그럼 이제 편의상 ‘중심도시’ 권역만 놓고, 서울의 공원이 다른 도시보다 많은지 적은지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원 하면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를 이야기하죠. 부럽다고 여기는 분들도 많고요. 그럼 지표상 서울의 공원은 어떨까요? 흥미롭게도 당시 조사에서 서울의 공원 면적은 1인당 16.2㎡로, 도쿄·뉴욕·파리보다 공원 면적이 넓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014년 기준). 오잉? 서울에 공원이 그렇게 많다고? 우리 집 주변은 그렇지 않은데? 2024년 기준으로 하면 더 넓어집니다. 2024년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공원 면적은 약 173㎢거든요. 서울시 인구가 그사이에 줄어서(약 928만명) 지금은 1인당 18㎡가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숫자는 ‘공원’의 범주가 폭넓게 적용되어서 그렇습니다.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의를 기준’으로 삼았거든요. 한마디로 북한산·관악산·인왕산·북악산·남산 같은 높은 산까지 모두 공원의 범주에 들어갔죠. 그래서 단순히 서울을 ‘공원이 많은 도시’라고 말하긴 민망합니다. 다만 ‘녹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인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에 개발제한구역도 공원으로 집계되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잘 조성된 공원’은 이보다 적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우리가 흔히 비교하는 베이징·파리·런던·뉴욕·도쿄 같은 도시와 서울의 차이가 여기서 발생합니다. 서울은 생각보다 ‘쓸 만한’ 땅덩어리가 좁은 글로벌 대도시입니다. 전체 행정구역의 면적이 작다기보다는 ‘쓸 만한 평지나 살 만한 언덕’이 제한적인 곳이에요. 앞서 말한 글로벌 대도시들이 대부분 평지인 것과 달리 서울은 예부터 방어에 특화된, 산과 어우러진 땅이잖아요. 그래서 ‘시가화 면적(Built-Up Area)’이라는 게 비교적 작습니다. 2014년 기준 서울의 시가화 면적은 59.9%인데 도쿄 93.9%, 베이징 64.6%, 파리는 97.8% 수준입니다. 런던이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비교 기준인 ‘중심도시’의 넓이가 2배 수준으로 더 넓습니다. 물론 이 ‘시가화 면적’을 더 넓히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린벨트이긴 한데요. 서울 내 그린벨트도 사실 상당 부분이 산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집 지을 만한 그린벨트 지역은 경기도에 많은 편이죠.
결국 서울 사람들이 얼마나 빡세게(?) 살고 있는지 지표에서도 나타납니다. ① 중심도시에서도(서울에서도) ② 시가화 지역에서(산을 제외한 사람 사는 동네에서) ③ 900만명 넘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중심도시 시가화 지역 인구밀도는 서울이 1㎢당 약 2만7000명인데, 그 복잡하다는 도쿄는 약 1만5300명, 집값 비싸다는 파리도 2만1700명 수준에 그칩니다. 그러니 글로벌 대도시와 서울은 직접적인 비교가 사실 힘듭니다. 평지에서 평온하게 오랫동안 성장하고 확장한 도시, 심지어 일부는 제국주의의 식민지 경험까지 있는 도시지만 서울은 전쟁으로 싸그리 무너졌다가 73년 동안 압축성장한 도시니까요.
공원 얘기가 잠깐 삼천포로 빠졌군요. 여하튼 한국 사람들, 특히 서울 사람들이 느끼는 ‘밀도에 대한 스트레스’는 매우 큽니다. 그래서 공원에 대한 갈망도 그만큼 크겠죠. 다만 서울에 당장 시급한 것이 도심 한가운데의 대규모 공원,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형태의 공원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뉴욕 센트럴파크는 그야말로 엄청난 고밀도로 조성된 맨해튼 한가운데에 위치했습니다. 뉴욕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맨해튼은 기형적인 밀도를 자랑합니다. 빈틈없이 빽빽한 맨해튼에서 ‘숨 돌릴 녹지’가 필요했던 맥락과, 오늘날 서울에 ‘대규모 공원이 필요하다’는 맥락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서울은 어쨌든 한강과 각종 하천 변 같은 버퍼가 존재하는 도시입니다. 동네마다 자리한 각종 ‘산’도 어쨌든 ‘녹지’의 효과는 제공합니다(접근성이 좀 떨어져서 그렇지). 하지만 널찍한 공원을 바라는 서울시민들의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서울은 사람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도시니까요.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쟁의 근저에는 사실 서울의 주택난이 존재하죠.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을 이렇게 바꿔볼 수밖에 없습니다. 용산에 집이 필요한 것도, 공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은 서울이라는 산악 도시가 수용 가능한 인구의 한계를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 아닐까요? 서울이 1000만 도시였던 것은 1인당 주거 면적이 작아도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고성장하는 시기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이미 서울은 하수처리장도, 화장터도, 쓰레기 처리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도시인데 말이죠. 아무리 대도시권이 경제를 견인하는 것이 오늘날 글로벌 스탠더드라 해도, 이미 한참 넘쳐버린 서울의 수용량을 눈감고 외면한 채 정치권도 서로가 필요한 것만 주장하는 건 아닐까요? 공원이냐 아파트냐. 이 단순한 논쟁은 사실 과포화 상태인 서울이라는 도시의 일종의 한계를 보여주는 해프닝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