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사IN〉 문화팀 김영화 기자입니다.
비가 내리는 목요일 저녁, 기사를 막 마감했습니다. 이번 주엔 ‘뽕’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을 휩쓴 프로듀서 250(이오공)을 인터뷰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뽕짝을 현대적인 전자음악으로 재해석한, 그의 첫 정규앨범인데요. 그룹 뉴진스의 하입 보이(Hype boy)나 디토(Ditto) 같은 히트곡을 만든 걸출한 작곡가로도 유명합니다. 생각해보니 문화팀에 온 지 10개월이나 되었는데 음악가 인터뷰가 처음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론 음악도 좋았지만, 프로듀서로서의 면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 동묘시장부터 제주 5일장까지 전국을 누비며 뽕짝의 근원을 찾기 위해 분투하거든요. 인터넷에선 찾아볼 수 없는 현장의 소리, 사람, 이야기를 만나는 과정이었습니다. 인터뷰 마지막에 뽕이 무엇이었냐고 물으니, “250의 첫 정규앨범”이라고 자신있게 답합니다. 그만의 힙한 뽕짝, 아직 못 들어보셨다면 꼭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기사에는 못 썼지만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주민이나 난민 이슈에 관심을 가져왔는데요. 그때마다 반발하는 목소리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극단적인 목소리를 오히려 부각하는 게 아닐까? 그저 혐오나 가짜뉴스라고 지적하면 끝나는 일인가? ‘내국인부터 먼저 챙기라’는 댓글 앞에, 이들이 한국 사회에 얼마나 잘 정착했는지,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한마디로 ‘모범시민’인지를 보여주는 방식에 대한 의문도 생겼습니다. 정희옥 교수의 〈아시안이라는 이유〉(후마니타스)에 따르면, 1960년대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새로운 고정관념이 ‘모범 소수인종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고 지적합니다. 백인 주류 계층이 소수집단인 아시아인을 길들이고 지배하려는 기제였다고요. 공장과 농촌은 외국인 없이 안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이미 몇 해 전부터 나오는데,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소는 물론이고 온라인 댓글은 매번 제자리를 맴도는 듯했습니다. 어디서부터 혐오고 어디까지 정당한 반발인지 선은 애매했습니다.
울산에서 제가 본 것은 갈등의 쓸모였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문화 사회가 던진 갈등을 피하거나 침묵하지 않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요. 울산 동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정숙 센터장은 “학부모의 반발이 없었다면 그 많은 인력이 학교마다 배치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학부모 반발이 거셌지만, 다르게 보면 그 덕분에 공적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모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학부모의 우려를 덜기 위해 아프간 특별반을 운영하고 한국어 수업을 지원하면서 관리한 결과, 아프간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빠르게 늘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있던 다문화 가정의 자녀도 한국어 수업의 덕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잘못된 건 혐오와 갈등이 아니라, 그것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짜 문제는 거기서 양산되니까요. 각 주체가 제 역할을 하면 다문화 사회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울산의 시도는 보여준다고 기사에 썼습니다. 변화는 더디지만, 그런 사람들의 의지가 모여 현실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게 아닐까 넘겨짚어 봅니다.
250의 음악을 하도 들었더니 머릿속에 가사와 멜로디가 맴돕니다. 250의 음악세계처럼, 〈시사IN〉도 저도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현장의 소리, 사람,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계실 님에게도 힘이 되는 편지였으면 합니다. 수많은 메일 더미에서 〈시사IN〉 뉴스레터를 클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