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기획취재팀 김연희 기자입니다.
3월부터 편집국 구성원들이 한 명씩 ‘뉴스레터’ 앞머리에 인사를 드리고 있지요. 편집국장이 쓰던 온라인 뉴스레터를 돌아가며 써보자고 했을 때, 사실 썩 달가운 마음은 아니었어요. 매주 취재하고 마감하기에도 허덕이는데 써야 할 글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게 부담스럽게 여겨졌거든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매주 기사를 쓰고, ‘프리스타일’ 지면을 통해 꽤 내밀한 얘기들을 털어놓으면서도 정작 독자들께 인사나 소개를 제대로 드린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공간이 그런 기회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제812호 뉴스레터를 받아 보시는 4월1일 저는 딱 9년 차 기자가 됩니다. 2015년 만우절, 거짓말 같은 입사였지요. 그때부터 〈시사IN〉과 함께해주신 오랜 독자라면 수습 시절 썼던 ‘최저임금 한 달 살기’ 기사에 실린 초췌한 모습으로 저를 기억하실 수도 있겠네요(제403호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기사). 또 어떤 독자들은 2020년 1월 초단기 플랫폼 노동자인 ‘배민 커넥트’ 체험 기사를 쓸 때 전기 자전거를 끌며 오르막을 오르던 모습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제645호 ‘자유와 불안 사이를 달리는 새로운 노동’ 기사).
이쯤 되면 ‘이 기자는 체험 전문 기자인가? 짠내 전문 기자인가?’ 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제가 지난 3년 동안 집중해서 쓴 주제는 코로나19 기사였습니다. 그 영향으로 최근에는 보건의료계와 과학계 이슈들을 주로 다루고 있어요. 9년 차쯤 되면 확고한 전문 분야가 생기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했는데 ‘이게 내 길이다’ 하는 확신보다는 흔들리는 날이 여전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점심 때 동료 기자한테 ‘더 적극적으로 권력형 비리를 쫓아야 떠나간 독자들이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또다시 귀가 팔랑거렸어요.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저이지만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한 가지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졌습니다. 바로 ‘주간지 저널리즘’에 대한 믿음이에요. 일주일이라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시사IN〉 기자들은 더 읽고 더 묻고 더 듣고 더 찾아보고 더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기사가 쏟아지는 시대에 단편적인 사고, 개별적인 사건을 넘어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시사IN〉의 힘은 주간지만이 가진 이 호흡에서 나온다는 것을 연차가 쌓일수록 더욱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동시에 독자님과의 인연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부쩍 자주 하게 됩니다. 24시간 365일 무한한 접속을 보장하는 이 시대에 잡지를 매개로 ‘일주일에 한 번 연결된다’라는 약속은 얼마나 희귀하고, 또 근사한가요. 여기서 좀 더 뻗어나가 독자님과 〈시사IN〉의 관계가 ‘저널리즘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느슨한 커뮤니티’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홀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곤 합니다. (너무 나갔나요? ^^;;)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종이매체인 〈시사IN〉도 언제까지 같은 모습일 수는 없겠지만 독자님과의 약속, 그리고 이 매체가 가진 고유의 가치들은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마음입니다.
〈시사IN〉 제812호와 함께 이번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