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사IN〉 창간 때부터 일하고 있고요. 교열기자라 하면 생소하시겠지만 〈시사IN〉 편집국에는 여러 부문의 기자가 있습니다. 님이 매주 읽으시는 기사를 쓰는 취재기자, 그리고 현장을 같이 다니는 사진기자는 잘 아시지요? 이들이 취재 현장에서 캐고 길어 올리고 잡아온 생물(?) 같은 재료를 다듬고 씻고 자르고 맛있게 요리해서 먹음직스럽게 짜잔~ 님께 내놓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저희 편집팀과 자료팀, 미술팀 기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 〈시사IN〉 홈페이지와 전자책, e북,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방송 등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미디어랩팀이 있습니다(일이 어마 무시하게 많은 팀입니다^^;;)
교열기자는 취재기자가 써온 기사를 처음 읽는 독자인 셈인데요, 그래서 간혹 일부 기자들은 기사를 송고한 다음 저희 교열기자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 기사 어때요? 어려워요?” 사실 교열기자로 오래 일하면서 항상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내용일지라도 기자가 충분히 취재하고 공부해서 이해하고 기사를 쓰면 독자 여러분이 읽기에도 쉽다는 것을요. 간혹 그 주에 재미있었다거나 인상 깊었다거나 품이 많이 드는 기사를 쓴 기자에게 “이번 주 기사 참 좋더라” “취재 많이 했네” “그래서 그 사건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하고 한마디 건네면 취재기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취재 뒷담화’를 들려주지요. 왜냐하면 저희는 이번 호 〈시사IN〉을 처음 자세히 읽는 독자이니까요.
저희 편집팀 기자와 교열기자에게 트라우마(?)가 하나 있는데요, 〈시사IN〉 제703호 표지 사건입니다. 빨간 바탕색에 ‘오수용의 재등장 무슨 일 벌어지나’라는 흰 고딕 글씨 아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수용 북한 노동당 경제부장이 친밀하게 이야기하는 사진이었습니다. 남문희 전 선임기자가 쓴 커버스토리로 북한이 미국에 무력도발을 할 기미가 보이는데, 그 배후에 ‘오수용’이라는 인물이 있다는 내용이었죠. 보통 커버스토리 원고는 마감 날 밤 늦은 시각에 넘어오는 경우가 많고 마감 날은 오전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2~3시까지 정신없이 그야말로 밥도 못 먹고 몰아치면서 일을 합니다. 그날도 맨 마지막에 표지를 제작하고 새벽 편집국에 있던 기자 여러 명이 다 돌려서 보고 OK를 낸 다음 인쇄소에 넘기고 퇴근했습니다.
아침 6시인가 비몽사몽간인데, 계속 텔레그램 미술제작편집팀 방에 알람이 울려대는 것이었습니다. 오 마이 갓! 표지가 ‘오수영의 재등장 무슨 일 벌어지나’였던 것입니다. 오수용을 ‘오수영’이라고 쓴 표지를 인쇄하고 있었고, 인쇄소에 나가 있던 제작팀 직원이 이를 발견해 윤전기를 멈춰 세웠습니다. 일부는 인쇄를 했지만 전량 폐기하고 새로 찍어서 독자분들께 발송할 수 있었습니다. 표지 사건으로 편집국장과 편집팀 기자들은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어 시말서를 쓰고 감봉 등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 아픈 경험 이후부터는 커버스토리를 쓴 기자에게 새벽이라도 표지 사진을 전송해서 확인을 받고, 야근하는 모든 편집·제작·미술팀 기자들이 ‘꺼진 불도 다시 보듯’ 한 글자 한 글자 읽고 있습니다.
저희 교열기자와 편집팀 기자는 기사 한 꼭지 한 꼭지를 팩트 체크하고, 숫자와 고유명사와 맞춤법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오니 님도 기사를 읽다가 ‘어 이거 맞춤법이 틀린데?’ 하시거나 ‘사실과 다르잖아?’ 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매의 눈으로 읽어주시는 님이 계시기에 저희가 정신 바짝 차리고 기사를 보게 됩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편집팀 교열기자 김완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