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시사IN〉 사진기자 박미소입니다. 통신사에서 이직해 최근에 〈시사IN〉 편집국 식구가 되었어요.
첫 출근길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7017번 초록색 버스를 타고 서울 서대문구 종근당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이름 모를 큰 꽃나무가 있습니다. 그날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날이었는데요. 꽃잎들이 제 얼굴과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습니다. 멈춰 서서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습니다. ‘이 동네의 나무도 환영해주는구나.’ (아무래도 의미 부여를 과하게 했던 것 같네요. 하하~) 저의 앞날이 ‘꽃길’이겠다 하고요.
〈시사IN〉에 들어온 지 한 달하고 보름이 지났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꽃길’은 아니었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억센 풀을 베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첫 출장, ‘JMS 수련원 있는 금산에서 벌어진 일' 기사에 들어가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수련원 전경 사진을 찍으려고 드론을 날렸습니다. JMS 관계자에게 발각됐습니다. 취재 차량 앞을 큰 트럭이 막아섰습니다. 취재 차량을 운전하는 이효진 과장과 주하은 기자가 관계자들과 대응하는 동안 저는 차 안에서 사진을 노트북에 옮겼습니다.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다이어리에 써두었습니다. ‘신속, 정확, 용의주도.’ 그리고 ‘우리는 원팀’이라고요.
첫 포토IN, '0.04%의 행운, 무장애 놀이터'는 섭외부터 난관이었습니다. 무장애 놀이터는 장애 아동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터입니다. 25곳에 연락을 돌린 끝에 다행히 섭외가 되었습니다. 취재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도 많습니다. ‘장애 아동들은 휠체어를 끌 힘이 아직 없기 때문에 휠체어보다는 유아차를 탄다, 중증 장애 아동들은 혼자 힘으로 앉아 있을 수 없다. 기존 놀이터의 모래 바닥은 휠체어나 유아차 바퀴가 들어갈 수조차 없다’라는 사실들입니다. 제게는 너무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겐 시도조차 못하는 것들이라는 걸 다시 한번 체감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200일, 떠난 이들의 방'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쉽지 않았습니다. 떠나간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땐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차려주신 밥상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고인이 좋아하던 반찬이 무엇이었는지 소소하게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냥 저 멀리 여행을 떠난 것처럼, 고인에 대해 웃으며 얘기하는 유가족분들 앞에서 마냥 슬퍼만 하기보다, 함께 웃으며 고인을 그리는 것도 또 다른 애도의 방식이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유가족분들께 고인의 방에 들어가 카메라 앞에 서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잔인한 부탁이었습니다. 한 어머니는 “우리 아이를 위해선 뭐든지 해야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전히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런 부탁에도 믿고 카메라 앞에 서주신 이유 중 하나는 지금껏 꾸준히 취재해온 선배들과 동료, 후배, 모든 구성원들 덕분인 것 같습니다. 단단하게 신뢰로 쌓아 올려진 〈시사IN〉의 식구가 되어 행운이에요.
1년 뒤에도, 여전히 꽃길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우당탕탕 하겠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다듬어가겠습니다. 저의 기사 페이지가 소외된 장면들과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곳이 될 수 있기를 멀리서, 가까이서 응원 부탁드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님, 꿀 같은 주말 보내시기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