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디어랩의 윤원선 에디터입니다. 조금 뜻밖의 주제로 주말 편지 운을 띄울까 해요. 요즘 제가 푹 빠진 ‘이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용인 푸씨’ ‘푸린세스’ 푸바오를 아시나요? 3년 전 우리나라 최초로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입니다. 푸바오라는 이름은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에 가면 볼 수 있고요.
이 ‘어린이 판다’ 한 마리가 요즘 사람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도 한몫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푸바오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푸바오를 비롯한 전 세계의 자이언트 판다는 워싱턴 조약(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가 간 교역에 관한 국제적 협약)에 의해 모두 중국 정부의 소유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예외는 없죠. 판다가 짝을 찾아야 할 시기가 되면 중국으로 반환해야 합니다. 푸바오는 약 1년 뒤, 중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푸바오가 특히 더 사랑받는 데는 하나의 이유가 더 있습니다. 푸바오의 ‘할아버지’라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와 푸바오 사이의 케미가 남다르기 때문이에요. 여린 죽순을 따기 위해 한참 동안 대나무밭을 서성이거나, 중국의 판다 전문가에게 궁금한 점을 묻기 위해 중국어를 독학하는 모습에서 강 사육사의 깊은 애정이 느껴집니다. 그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푸바오를 중국으로 돌려보내기 아쉬운 것은 당연하지만, 인간의 행복이 아닌 동물의 행복을 기준으로 한다면 마땅히 보내주는 게 맞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야말로 ‘찐사랑(진짜 사랑)’입니다.
푸바오는 무엇이 특별하기에 이토록 큰 사랑을 받을까요? 푸바오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야기의 힘’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판다 한 마리보다도 푸바오의 삶이라는 ‘이야기’를 더 사랑하고 거기에 공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푸바오와의 첫 만남부터 작별까지, 매 순간 푸바오와 강 사육사,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고 있다는 믿음 같은 것들 말이죠.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진심이 담긴 서사에 이끌리는 존재 아닐까요?
뉴스도 결국 각각의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천덕꾸러기가 된 언론, 그 가운데 <시사IN>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요. 오직 <시사IN>이 독자님께 드릴 수 있는 선물은 무엇일까요. 하나의 답으로 단정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뉴스의 가치 그 이상의 ‘이야기’를 독자님께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게 <시사IN>이 나아갈 방향이자 저희의 주특기이기도 하니까요.
‘나라 꼴이 말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면 답답해서 일부러 더 뉴스를 찾아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뉴스 거부의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언론을 통해 보고 듣는 소식들에 지쳐서,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감히 추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님의 곁에 누군가 남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 그 매체가 <시사IN>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앞으로도 더 깊게, 더 오래, 보고 듣고 말하고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