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사IN> 사진팀 이명익 기자입니다.
사진이 아닌 편지로 이렇게 독자님들을 만나게 되다니 정말 반가운데요. 편지로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생각하다 보니 유독(?) <시사IN>과 ‘인연’이 깊었던 제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첫 번째 인연은 2007년 2월입니다. 그땐 제가 작은 월간지의 사진기자로 갓 수습을 뗀 '꼬꼬마 시절'이었습니다. <시사저널> 삼성 기사 삭제 문제로 싸우고 있던 거리 위의 기자들을 취재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삼성 기사 삭제 문제로 싸우던 옛 <시사저널> 기자들은 그해 1월 직장폐쇄까지 겪고 난 뒤였습니다. 특히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의 탈을 쓰고 한 기자회견은 금세 화제가 되었죠.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탈이 등장했던 기자회견 기사는 언론에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진 기사 하나가 던지는 메시지가 다른 어떤 기사들보다 강했는데 말이죠. 지금 <시사IN>에 있는 선배들도 그 이미지의 힘을 알고 있었고요. 그리고 당연히(?) 제가 찍은 사진도 기사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삼성의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두 번째 ‘인연’은 제가 <노동과 세계>의 사진기자로 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2009년 8월 여름은 저에게도 노동자들에게도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회사 측의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이른바 ‘옥쇄파업’에 들어갔고 경찰의 과잉진압 끝에 파업은 잔인하게 끝났습니다. 20여 일을 그곳에서 함께하며 사진을 찍은 저도 경찰에 연행되던 시절이었죠. 경찰서에서 나온 후 며칠이 지났을까. <시사IN>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잡지에 사진이 쓰였다며 '사람IN' 코너에 소개하고 싶다는 전화였죠. 제가 좋아하는 매체에서 나를 취재한다니 잡지에 사진이 실린 게 좋은 건지, '사람IN' 코너에 나온 게 좋은 건지 지금도 헷갈리네요.
그리고 대망의 세 번째 인연은 2012년 <시사IN> 경력기자 입사였습니다. 한 번의 탈락 이후 붙은 입사라 기쁨은 두 배였죠. 사실 한국에서 사진기자의 입지라는 게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사진을 기사 한켠을 채우는 이미지 정도로만 소비하는 매체들도 많은 편이고요. 신생 매체들은 사진기자 없이 통신사 사진으로만 기사를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사IN>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미지의 힘을 알고 있습니다.
누구나 작은 스마트폰을 들어 한 번의 터치만으로도 이미지가 생성되는 세상입니다. 쉽게 생성되는 이미지는 쉽게 소비되죠. 이미지 과잉의 시대는 사진기자에겐 위기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일 수 있겠죠? <시사IN>의 연말 기획인 '올해의 사진'과 '포토IN' 그리고 온라인 사진 페이지 '시선'은 그런 고민의 산물입니다. 그래서 저의 소망은 그런 저희 고민들을 봐주시는 <시사IN> 독자들과의 '인연'을 앞으로도 쭉 이어가는 것입니다. 계속 지켜봐주시고,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또 다른 사진과 이미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