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사IN> 사회팀 기자 이상원이라고 합니다. 기사가 아닌 글로 인사드리는 건 입사 8년 만에 처음 같습니다. 다소 진부하지만 늘 직접 드리고 싶었던, 구독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전합니다.
사실 저 역시 독자로서 <시사IN>과 연을 맺었습니다. ‘원 시사저널’ 파업 때부터 지켜보신 부모님이 구독을 시작하셨지요. 대학 시절 집에 배송된 잡지 표지에만 눈길을 주다 호기심에 기사 몇 개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게 되고, 나중에는 잡지 배송되는 날만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동료들보다 몹시 부족함에도 회사의 녹을 받아먹게 된 것은 이런 충성심 어필 덕분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대학 시절 이후 근 15년간 <시사IN>과 가장 오래 떨어질 일이 생겼습니다. 2월에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휴직을 쓰게 되어서입니다. 적은 회사에 뒀지만, 육아에만 전념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기자로서 곤두세워야 할 안테나를 꺼두는 걸 넘어, 시사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더군요. 좀 놀랐습니다. <시사IN>을 읽거나 TV 뉴스를 보지 않고도, 세상살이에 관심을 두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다니.
육아에 치여보니 복잡한 생각은 하기 싫었습니다. 아기가 울다 지쳐 잠들면 좀처럼 책에는 손이 안 가더군요. 가볍고 말초적인 TV 예능이나 유튜브 영상을 틀게 되었습니다. ‘<시사IN> 읽기’는 제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기사가 웬만큼 재미있지 않으면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읽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복귀하고 기사를 쓰면서 이 점을 염두에 두려 노력했는데, 생각만큼 성과를 거두긴 어려웠습니다. 이전에는 그리 신경 쓰지 않던, 제 기사에 대한 온라인상 반응이나 독자 여러분에게 받는 이메일을 기대했으나 몹시 잔잔하더군요…. 독자로서 <시사IN> 기사를 재미있게 읽던 때를 떠올려보니 조직에 누를 끼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8년간 쓰던 패턴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할지, 능력 부족을 받아들이고 안분지족할지 고민하던 때, 제보를 받고 사교육 관련 기사를 하나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기사도 별다른 반응은 없었습니다. 친구와 술을 마시며 “내 글이 안 읽혀 힘이 빠진다”라고 토로하자 “운 좋게 영향력 있는 사람 한두 명만 읽어도 그건 의미가 있다”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더군요.
기사를 온라인에 공개하고 다음 날, 갑자기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과 사교육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대형 학원들은 세무조사를 받고, 교육부는 ‘킬러문항’의 예시를 제시하는 등 연일 난리가 나고 있습니다. 친구 말처럼 정말 제 기사를 ‘영향력 있는’ 누군가 읽어서 터진 일인지, 완전한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릅니다. 전자라면 윤 대통령의 지시 방향이 제 기사 취지와는 몹시 다르기에, ‘오독’이었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다만 그 방식은 거칠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칼'을 뽑아야 조금이나마 해결될 만큼, 입시제도를 둘러싼 병폐가 첩첩산중인 것도 사실입니다. <시사IN>은 앞으로도 이 사안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요즘은 여러 분야에서 소비자들의 한정된 시간을 두고 경쟁한다지요. 네이버웹툰이 넷플릭스와, 인스타그램이 케이블TV와 경쟁하는 틈바구니에 언론매체들도 끼어야 하는 판입니다. 여가 면에서만 봤을 때는 기사 읽기보다 재밌는 놀거리가 무수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언론은 여가가 아닌 어떤 영역에서 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전히 생각하면서 매주 책을 만듭니다. 응원해주시면 그 일을 더 힘내서 해보겠습니다(조용한 응원보다 직접적인 성원이면 더 좋습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