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과 수요일, 일주일에 총 두 차례 책 더미가 <시사IN>에 도착합니다. 모아보면 50여 권, 연말에는 70권이 넘을 때도 있습니다. 편집국에 도착하는 신간의 숫자입니다. 노란색 플라스틱 노끈을 가위로 자르고 종이봉투, 혹은 비닐봉투에 담긴 신간을 꺼냅니다. 함께 딸려온 보도자료도 챙깁니다. 몇 차례 종이에 베인 적이 있어서 나름의 요령도 생겼습니다. 잘 안 뜯긴다고 테이프와 씨름하지 않습니다. 가위를 자주, 많이 사용합니다. 노끈과 종이, 비닐봉투를 재활용 수거함에 넣고 이번 주 신간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평소 관심이 있던 분야나 저자의 책, 자료가 될 만한 책을 골라둡니다.
그렇게 문화팀 기자들이 신간을 미리 ‘찜’하고 나면, 번호를 매겨 목록으로 정리해 기자들이 볼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에 올립니다. 그걸 보고 다른 기자들이 댓글로 신간을 신청합니다. 기자들 자리로 책을 배달합니다. 문화팀 기자들과 신간을 신청한 기자들이 그다음 주, 가져간 책에 대한 소개 글을 씁니다. 그 원고를 다시 문화팀 기자가 취합합니다. 물론 가져간 책이 신통치 않다거나, 읽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거나 하면 목록의 범위를 벗어나기도 합니다. 한 권당 200자 원고지 두 장 정도 분량입니다. <시사IN> 뒤편에 실리는 ‘새로 나온 책’의 원고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더러 독자분들을 만나면 ‘새로 나온 책’을 누가 쓰느냐고 묻습니다. 여느 기사와 달리 기자 이름이 따라붙지 않아 궁금하다고들 합니다. 어느 때는 사정에 따라 문화팀 기자가 두 권 이상을 쓰기도 하지만 기본값은 기자 한 명당, 한 권씩입니다. 한 주에 도착하는 신간 목록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입니다만 6권에 6명, 각각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짧은데 모아놓으면 적지 않은 분량입니다. 게다가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노고를 생각하면 이번 주 ‘새로 나온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지난주 화요일과 수요일이 아니라, 몇 달 전에 시작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저자와 번역가의 이름은 표지에서부터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을 만든 편집자의 이름은 주로 보도자료에서 확인합니다. 어떤 이름에서는 내적 친밀감을 느낍니다. 그분은 저를 몰라도, 이전에 만든 책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성스레 만든 책이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손 편지를 동봉하는 경우도 봅니다. 이메일로 책 표지와 보도자료를 먼저 보내고 혹시 관심이 있으면 책을 보내준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 그래도 초판 발행부수가 줄고 있는데 언론사마다 배포하기 어려운 사정이 이해됩니다. 이 지면을 빌려 잘 받아보고 있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시사IN>에 소개된 책을 믿고 구입하신다는 독자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감사하면서도 반성하게 됩니다. 다른 기사를 마감하는 와중, 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급하게 써 내려가는 경우가 종종, 실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다른 기자들은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물론 ‘새로 나온 책’뿐 아니라 어떤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겠지만요. ‘눈 밝은 독자’가 못 되어 ‘놓치는’ 책들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합니다.
지난주 이슬아 작가를 인터뷰하며 들은 말 중 많은 것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이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종이책이 죽는다는 얘기를 10년도 전부터 했지만 아직도 치열하게 너무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훌륭한 독자님들이 많이 계셔서 이 업계를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가 제 인생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종이 잡지를 만드는 입장에서 출판업의 지속이 인생의 화두라는 작가의 말이 어딘지 야망 있어 보여서 좋았습니다. 매주 신간을 확인하는 저의 심정과도 비슷합니다. 독자가 줄고 있다고 하는데, 욕심나는 책들이 많습니다. 욕심만 내고 쌓아둔 책들이 산을 이뤄 손대면 톡~ 하고 쓰러질 것 같습니다. 다음 주도 '새로 나온 책'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