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시사IN> 경제팀 주하은 기자입니다.
비록 부족한 실력 탓에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저는 ‘단독’을 좋아합니다. 어떤 기자인들 아니겠습니까마는, 유독 단독 기사에 상당한 흥분을 느끼는 듯합니다. ‘이 사실을 세상에서 나만 알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사가 나갔을 때 어떤 반응이 뒤따를지 기대됩니다. 저의 동기인 이은기 기자는 단독 기사를 쓰고 있는 저를 지켜보며 “숨소리부터 다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투우사 앞에 선 소의 콧김처럼 말입니다. 주목받길 좋아하는 천성은 숨길 수 없나 봅니다.
이처럼 나서길 좋아하는 저이지만, 어떠한 사건을 향한 취재 레이스가 저만의 달리기로 느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실 모든 취재는 외부 조력자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국회든, 노동조합이든, 전문가든 말입니다. 더욱이 언론의 영역에서도 홀로 달려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최대한 많은 매체가 함께 같은 사안을 취재해야 조금이라도 더 진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취재한 샤니 공장 사망사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SPL 사망사고 수준으로 많은 기자가 달라붙진 않았지만 그래도 함께 정보를 나누며 취재하는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현장에서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나 혼자서는 파헤치기 힘든, 사실의 다양한 면면을 각기 조금씩 밝혀내고 있다는 동료의식도 생기곤 합니다. 제832호에 실린 기사도 이 사안을 취재한 동료 기자들에게 빚진 보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사가 더 나은 점이 무엇일까?’ 늘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2021년 6월 <시사IN>에 입사했을 때 한 선배 기자께서 해주신 교육의 주제가 ‘한경오(<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와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였는데요. 저 역시 그 질문을 자주 생각합니다. 다른 매체보다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고요.
때로는 답을 찾은 듯했다가도 이내 다시 미궁에 빠져드는 어려운 질문입니다. ‘한경오’에도 훌륭한 기자들이 많기에 그들의 기사를 보면서 종종 질투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주간지’라는 형식에서 유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간지는 한 사안을 오래 보고 기사를 길게 씁니다. 그만큼 정확하고 완결성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른 시대입니다. 정보의 전달도, 그 정보를 접한 사람들의 판단도 지나치게 빠르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그 파도 속에서 주간지가, 그리고 <시사IN>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분들 역시 그 가치를 인정해주셨기에 공짜 정보가 난무하는 세상에 돈을 주고 기사를 구독하시는 것일 테고요.
말이 길었지만 결국 열심히 해보겠단 말씀입니다. 여기까지 편지를 읽어주신 독자님이라면 앞으로 기사를 읽을 때 제 이름을 기억하시지 않을까요? 기억해주시고, 잘 읽어주시고, 칭찬이든 비판이든 건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 페이지를 만들 때, 자기소개에 “아직 갈 길이 멉니다”라고 썼습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꾸준히 걸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