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어느덧 무더운 8월도 끝이 났습니다. 여름휴가는 다녀오셨을까요? 저는 지난주에 휴가받아 부산을 갔다 왔는데요. 이번 여행의 테마를 ‘부산 노포 맛집 찾기'로 정해 부산 시내 이곳저곳을 탐방했습니다. 오늘 제가 다녀온 부산의 노포 맛집 두 곳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먼저, 해운대역 인근에 위치한 ‘의령식당'입니다. ‘해운대구의 경리단길’이라는 뜻의 해리단길 인근에 있는 돼지국밥집인데요. MZ 세대가 즐겨 찾을 듯한 아기자기한 카페들을 지나 해리단길을 걷다 보면 허름한 간판의 의령식당이 보입니다. 한눈에 봐도 연식을 짐작하게 하는 외관부터 여기저기 상처 난 내부의 테이블과 의자까지. 노포의 바이브를 강력하게 풍깁니다. 이른 오전에 방문했는데도 5~6개 남짓한 테이블은 지역민과 관광객으로 붐볐습니다. 저는 돼지국밥과 섞어국밥, 수육을 주문했는데요. 저의 돼지국밥 맛집 리스트 1위를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잡내 하나 없는 수육은 물론 약재를 듬뿍 넣고 고아낸 듯 담백하고 맑은 육수가 소주를 절로 부르는 맛이었습니다. 한 톨도 남김없이 그릇을 비웠답니다.
독자님은 초밥 좋아하시나요?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곳은 부산시 중구 광복동에 위치한 ‘삼송초밥'입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부산분들이라면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해 전 <시사IN>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더라고요. 삼송초밥은 1960년대에 창업했다고 합니다. 반세기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며 전통을 이어온 셈입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다찌(?)에 서서 초밥을 빚고 있는 80대 장인의 포스에 압도됐습니다. 삼송초밥의 시그니처 메뉴인 ‘후토마키’를 입에 넣는 순간 대를 이어 가게를 지키는 장인들의 손맛이 고스란히 느껴졌는데요. 100겹으로 말아 만든 달걀말이가 들어 있습니다. 타협하지 않는 맛에 대한 고집과 정성이, 이곳을 60년 이상 맛집의 위상을 지켜온 노포로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을 함께한 친구가 저더러 ‘노포 중독자'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정말 한 끼 빼고는 ‘노포'라 불릴 만한 가게만 찾아다녔거든요(여행 내내 저의 취향을 존중해준 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여행지에서뿐 아니라 평소에도 허름한 주택가나 서울 시내 곳곳에 숨은 노포를 찾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는 신상 맛집보다 노포에 끌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문득 생각했습니다. 노포들이 거쳐온 시간과 역사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서인 것 같아요. 세월이 느껴지는 간판이나 해어진 벽지, 옛날 드라마에서 본 듯한 낡은 전화기, ‘000연합회 일동’ 등의 글씨가 쓰인 오래된 시계 등으로 가득한 가게들을 만나면 저의 상상력이 발동하곤 합니다. 이 가게가 처음 생길 무렵 이 동네는 어떤 풍경이었을까? 주인 할머니의 고향은 어디일까? 간판에 들어간 이름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기다리다 이윽고 나온 음식을 입에 넣으면 대부분 맛도 좋습니다. 한 음식점이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맛'일 테니까요.
독자님은 어디에 살고 계신가요? 독자님이 알고 있는 ‘우리 동네 노포 맛집’을 추천해주시면 두근대는 마음 안고 방문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