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단순히 통치자의 사무실을 옮기는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번 과정에서 보인 ‘정치 엘리트의 결단에 의존하는 리더십’은 다른 국가적 의제들에서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5월9일까지 이전 완료”라는 선언은 다가올 ‘윤석열 정부’의 리더십 구조를 보여주는 중요한 ‘열쇳말’입니다. 윤 당선자와 가까운 한 국민의힘 인사는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를 개방하고,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청와대 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하면 여론은 호의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습니다. ✍🏼 김동인 기자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방부·합참 이동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불과 며칠 사이에 기획·발표되었습니다. 국방부 내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처음인 대규모 속도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옵니다. 국방부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복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시사IN〉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전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 내용을 들어보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에 두고,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관저를 둔다면 세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출퇴근길 통제, 경호 문제, 안보 위험입니다. 이번 청와대 이전의 가장 큰 명분인 ‘국민과의 소통’ 역시 경호 측면에서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김용현 청와대 이전 TF 부팀장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번 호(제759호)에 게재된 주은선 경기대 교수의 연금개혁 기고를 낯설게 읽는 독자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전혜원 기자가 써온 같은 주제의 기사들과 결이 크게 다른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릇 매체란 다양한 의견들이 서로 다투고 타협하면서 합의점으로 접근해가는 공론장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시사IN〉은 연금 문제는 물론 새 정부에서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할 복지, 노동시장, 대외관계, 나아가 젠더 등의 부문에서 생산적이고 금기 없는 공론장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사실상 첫 의제가 ‘5월9일까지 집무실 이전 완료’라는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토론의 대상이 될 만한지조차 의문스러운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 실린 문상현 기자의 기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방부에 집무실 이전 관련 계획 수립을 요구한 날을 3월14일로 밝히고 있습니다. 고작 6일 뒤(3월20일)에 윤 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 ‘용산 이전’을 발표합니다. 아무리 유능한 인물들이 모인 인수위라지만, 대통령 집무실 및 국방부·합참본부의 연쇄 이전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단 6일 만에 기획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요?
더욱이 나경희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용산 이전’으로 야기될 ‘대통령 출퇴근길 교통·통신 통제로 인한 시민 불편’ ‘경호 리스크’ ‘안보 위험’ 등도 심각하게 고려한 것 같지 않습니다. 미심쩍어하는 시민들에게 윤 당선자는 ‘청와대에 들어가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라거나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같은 모호한 이야기로 대응해왔습니다. 이 문제를 둘러싼 혼란스러운 공방에서 오로지 확고해 보이는 것은 ‘청와대엔 단 하루도 머물지 않겠다’는 윤 당선자의 철석같은 의지밖에 없습니다. 이 ‘의지’의 근거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무속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입니다.
커버스토리를 쓴 김동인 기자는 ‘5월9일까지 집무실 이전 완료’ 선언에서 “정치 엘리트의 결단에 의존하는” 윤 당선자의 리더십을 읽어내며, “집무실 이전 문제를 둘러싼 행보가 차기 정부의 ‘예고편’”이 될 것을 우려합니다. 윤 당선자는 검사동일체의 관행에 따른 검찰 조직의 일사불란함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로만 통치의 정당성이 승인되는)에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김동인 기자의 우려가 한낱 쓸데없는 걱정에 그치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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