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독립언론' <시사IN>의 자존심입니다 💌 2023년 9월16일 8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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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원 <시사저널> 기자였던 저는 ‘거리 편집국’에 있었습니다. 그때 <중앙일보> 출신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 삼성 이학수 부회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편집국장과 상의 없이 삭제하고 광고로 채운, 이른바 삼성 기사 삭제 사건에 항의해 파업을 했습니다. 회사는 직장을 폐쇄했고, 기자들은 오갈 데가 없었습니다. 한겨울 회사 앞에 ‘거리 편집국’ 텐트를 쳤습니다. 이마저도 철거당했습니다. 그때 언론노조 위원장이 기꺼이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을 파업 기자들에게 내주었습니다. 그 사무실에서 기자들은 ‘시사저널 거리편집국’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취재하고 기사를 썼습니다. 정희상·신호철 기자는 심지어 특종을 해 ‘이달의 기자상’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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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파업 중인 원 <시사저널> 기자들을 위해 지지 발언을 하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시사IN 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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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인연
오갈 곳 없는 파업 기자들에게 프레스센터 사무실을 내준 언론노조 위원장이,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신학림 전 위원장입니다. ‘걸어 다니는 보학 사전’으로 통하는 신학림은 그때도 원 <시사저널> 사주 심상기 회장과 금창태 사장,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혼맥·학맥·인맥을 꿰고 있었습니다. 듣고 있으면 도대체 저런 기록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그는 물심양면으로 파업 기자들을 도와주었습니다. 시민들 응원과 신 위원장 같은 이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되어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언론노조 위원장이니 당연하다 여길 수 있지만, 신 위원장이 물러난 뒤 후임 언론노조 위원장은 그처럼 따뜻하게 파업 기자들을 대하지 않았습니다.
<시사IN> 창간에 산파 노릇을 한 신학림 위원장이었기에 저 역시 김만배씨와 돈거래 의혹에 착잡합니다. 이 돈거래가 정말로 허위 인터뷰 대가인지, 본인이 필생의 작업으로 만든 혼맥 데이터 대가인지 ‘재판에서 가려질 것입니다’. 흔히 이런 의혹이 발생하면 신문 사설이나 정치권은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검찰을 오랫동안 취재한 경험으로 저는 이 말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경험치 탓인지 검찰 수사를 늘 의심의 눈초리로 톺아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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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익명 성명'을 발표한 김은혜 홍보수석.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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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홍보수석의 이례적인 ‘익명 성명’
9월7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렸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 부장검사 강백신을 팀장으로 검사 10여 명을 투입했습니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리기 이틀 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익명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흔히 대통령실 관계자가 백브리핑하며 ‘고위 관계자’로 익명 처리를 부탁하는데, 이런 익명 성명은 처음 봅니다.
“대장동 사건 몸통을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뒤바꾸려 한 정치 공작적 행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김만배·신학림 거짓 인터뷰 대선 공작은 대장동 주범 그리고 언노련 위원장 출신 언론인이 합작한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 사건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취재진 앞에서 성명을 읽고 자기 이름을 가려달라 했습니다. 출입기자들은 이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입니다.
검찰 출신 대통령이 통치하는 대통령실의 홍보수석이 ‘대선 공작’으로 사건을 규정했습니다. 사실상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입니다. ‘하명 수사’에 익숙한 검찰은 9월7일 특별수사팀을 발족하며 이렇게 맞장구를 쳤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유력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유사한 내용의 허위 보도와 관련 고발 등이 이어져 민의를 왜곡하는 시도를 함으로써,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농단한 중대 사건에 대하여 신속, 엄정하게 수사하여 전모를 규명하겠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누구보다 그립감(조직 장악력)이 강했던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실이 제시한 수사 가이드라인대로 수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 수뇌부는 굳이 일일이 지시받지 않아도 알아서 수사합니다.
검찰의 편의적인 공소시효 이중 잣대
김만배·신학림의 만남과 돈거래, 그리고 보도는 언론 윤리 문제로 부적절한 건 맞습니다. <뉴스타파>는 돈거래를 알지 못했다며 사과했습니다. 외부 인사가 참여해 취재와 보도 전반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언론 윤리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와 검찰의 강제수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입니다. 검찰의 이번 강제수사는 혐의 적용부터 궁색합니다. 특별수사팀을 꾸리며 밝힌 대로 검찰은 ‘선거제도를 농단한 중대 사건’, 즉 공직선거법 위반 사항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공소시효가 지났습니다. 그래서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서며 적용한 혐의가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입니다. 배임수재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입니다. 청탁금지법은 흔히 말하는 ‘김영란법’ 위반 혐의입니다. 검찰은 신학림 전 위원장이 김만배의 허위 인터뷰(부정한 청탁)를 요청받고 거액(1억6500만원)의 이득을 취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연일 이 보도에 관여한 이들에 대해 '사형' 운운합니다. 그런데 정작 지난 대선 당시 고소·고발을 남발했던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캠프에서는 이 보도에 대해 고소·고발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자신이 있어 고소·고발을 하고 수사를 했다면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선거제도를 농단한 사건’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도 공직선거법을 적용할 수 없으니 궁색하게도 배임수재나 청탁금지법을 적용한 것입니다. 본질은 공직선거법 위반인데, 곁가지인 배임수재나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수사하며 ‘대선 공작’을 살펴보겠다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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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7일 국민의힘 윤두현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 등이 서울지방경찰청에 김만배 신학림 녹취 보도 기자들을 고발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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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기서 검찰의 이중성을 봅니다. 검찰은 그동안 검사 비리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핑계로 강제수사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추적했던 김학의 사건이나 윤우진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김학의 사건은 1차 수사팀(2003년), 2차 수사팀(2004년)은 직무 유기에 가까운 봐주기 의혹이 짙습니다(이들의 실명과 얼굴은 ‘김학의 사건 아카이빙-암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직무 유기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강제수사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수통 검사 동생을 둔 윤우진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고위직 공무원이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주해놓고도 구속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받아 복직해 정년퇴직까지 마친 첫 사례였습니다. 이 사건을 처리한 검사들 역시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누구 하나 수사를 받지 않았습니다(이들의 얼굴과 실명은 <시사IN> 제736호 ‘그때 그 검찰 간부들, 윤우진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에 모두 적시되어 있습니다). 검찰은 ‘제 눈의 들보는 애써 못 본 척하고, 남 눈의 티끌을 탈탈 털어 들보’로 키웁니다. 제 식구 비리를 봐줄 때는 공소시효 핑계를 대던 검찰이 지금은 공소시효 따윈 아랑곳없이 정의로운 심판자로 나섭니다.
검찰도 이런 법리 구성의 궁색함을 알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한다고 합니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명예훼손을 당한 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대통령실이기에 강력한 처벌을 원하겠지요. 저는 이 법리를 보면서도 검찰이 공소시효 논란을 피하기 위한 우회로를 만들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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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7일 김만배씨가 구속기간 만료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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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모의하며 계좌 송금을 한다?
법조 취재 경험으로 검찰 수사를 의심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김만배와 신학림은 2021년 9월15일 만남 이후 계약금 300만원만 현금으로 주고받고, 나머지 1억6200만원은 계좌 송금으로 받았습니다(물론 이 액수가 책값으로 합당하냐 여부는 역시 별개로 하겠습니다. 이 역시 법정에서 가려질 것입니다). 검찰 설명대로 ‘허위 사실 공표’ 범죄를 두 사람이 모의했다면 계좌추적으로 곧바로 드러나는 계좌 송금을 했을까요?
검은돈을 주고받은 정재계 관련 재판 취재를 하면, 법정에서 다투는 게 이런 겁니다. ‘5만원권이 비타500 박스에 1억원이 들어가느냐’ ‘운전기사가 비타500 박스를 봤느냐?’ 따위입니다. 5만원권이 없던 시절엔 1만원권이 든 사과박스가 그랜저 승용차에 몇 박스나 들어가는지를 두고 판사가 현장검증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현금으로 주고받아 계좌를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검사들도 늘 하소연합니다. ‘뇌물이나 정치자금법 사건은 모두 현금 거래라 관련자 진술 외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김만배도 기자였고, 신학림도 기자였습니다. 특히 김만배는 법조 기자였습니다. 경험칙상 범죄를 모의하며 이렇게 흔적을 남기는 계좌 송금, 차명도 아니고 직접 본인 실명으로 받은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검찰은 김만배 수사 초기부터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을 했습니다. 이미 검찰은 두 사람 사이 돈거래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건은 ‘캐비닛 파일’ 수사로 의심합니다. ‘카드’로 쥐고 있다가 적절한 시점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의심합니다.
김만배씨는 9월7일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났습니다. 형사소송법상 1심 때 최대 6개월간 피고인을 구금할 수 있습니다. 6개월 안에 1심 판결이 나지 않으면 풀어줘야 합니다. 검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아야 합니다. 9월1일 검찰은 전격 김만배 압수수색에 나섰고, 당일 JTBC가 이번 수사를 단독 보도합니다. 다음 날 <조선일보>가 ‘책값’을 부각하며 보도를 이어갑니다. 검찰 특수부 수사 기법인 언론을 동원하는 ‘시나리오 수사’ 냄새가 짙게 풍깁니다. 검찰이 흘리고, 언론이 받고, 검찰이 다시 강제수사 곁가지를 늘려가는 수법입니다. 검찰은 이미 수사 초기부터 파악하고 있던 계좌 거래 내역을 카드로 삼아 김만배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법원에서 추가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1차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대통령실에서 사건을 확 키웠습니다. 김은혜 홍보수석이 그동안 보지도 못한 ‘고위 관계자 익명 성명’이라는 형식으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입니다.
김만배씨와 돈거래를 한 기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신학림씨보다 액수가 큰 거래도 있습니다. <한겨레> 기자는 9억원, <중앙일보> 기자와는 1억9000만원, <한국일보> 기자와는 1억원이 오갔습니다. 신학림씨가 받고 있는 혐의가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인데 <한겨레> <중앙일보> <한국일보> 기자도 모두 같은 혐의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누구 하나 검찰 수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김만배씨와 돈거래를 한 기자를 수사한다면 예외 없이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검찰은 선택적으로 수사 대상을 선정해 만남 녹취 보도와 돈거래를 곧바로 연결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저는 이것은 검찰의 시각일 뿐이라고 봅니다. 재판에서 가려지겠지요.
2011년 윤석열 주임검사가 한 일을 알고 있다?
김만배·신학림 녹취 보도는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1년 대검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나섭니다. 주임검사가 당시 중수2과장 윤석열 검사입니다. 김만배·신학림 녹취 보도에 나오는 당사자 조우형씨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의 친인척으로 불법 대출 알선 혐의를 받았습니다. 대검 중수부는 대장동 대출도 수사해 계좌를 추적하고 조우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두 차례 소환조사했지만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조씨의 변호인은 바로 ‘대장동 50억 클럽’ 중 한 명인 박영수 변호사였습니다.
2015년 수원지검은 조씨를 수사해 2011년과 똑같은 혐의로 기소했고, 조씨는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습니다. 대검 중수부 수사 당시 조씨를 봐줬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검찰은 2011년 조우형씨에 대해 계좌 추적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건 맞습니다. 그리고 4년 뒤 2011년과 같은 혐의로 처벌한 것도 맞습니다. 검찰 설명대로 봐주지 않았다면, 부실 수사를 한 것입니다. 즉, 김만배·신학림 녹취 보도의 핵심은 ‘커피’를 타준 사람이 누구냐가 아니라 왜 제때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느냐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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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검찰 3차 수사 끝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학의 전 차관. ⓒ시사IN 조남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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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렇게 의심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문제의 2011년 윤석열 중수2과장이 주도한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또 다른 봐주기 의혹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학의 성 접대 사건입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정관계 로비를 하다 국외로 도피했던 브로커 박태규씨의 통화 기록을 조사했습니다. 이 기록에 김학의 전 차관이 사용한 차명폰(대포폰) 내역이 나왔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에게 차명폰을 만들어준 건설업자 최 아무개씨가 당시 대검 소환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 과거사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대검찰청 진상보고단의 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수부에 출석한 최씨는 9층에서 우연히 윤석열 검사를 마주쳤습니다. 다음은 최씨의 진술입니다. “윤석열 검사가 알아보고 어떻게 오셨냐고 하여 박태규 건으로 왔다고 하니 수사관에게 편안하게 해주라고까지 얘기해주었다.” 최씨는 당시 차명폰을 누구에게 줬는지 묻는 수사관에게 “그쪽 식구에게 (차명폰) 준 거다. 공무원에게 준 게 사실이다”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자 진술을 받은 수사관이 어디론가 다녀온 후에 “그냥 돌아가시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때도 지금도 차명폰 사용은 불법입니다. 그 차명폰에 김학의-윤중천, 김학의-여성들 통화 기록이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수사팀이 최소한 감찰 부서에 알렸다면 김학의 전 차관도 ‘검찰만 모르고, 온 국민이 알았던’ 동영상 속 인물로 망신당하지 않고 합당한 처벌을 받았을 것입니다. 2011년 윤석열 중수2과장이 이끈 부산저축은행 수사팀은 적어도 김학의 사건을 밝힐 기회가 있었지만, 제 눈의 들보에 애써 눈을 감았습니다.
<뉴스타파>는 어떤 매체?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해직 언론인들과 함께 만드는 방송뉴스 뉴스타파를 시작합니다.” 신학림씨로부터 녹취를 받아 보도한 <뉴스타파>는 2012년 1월27일 노종면 YTN 해직 기자의 멘트로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원 <시사저널>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언론노조 도움을 받아 첫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당시 이동관 홍보수석 등이 주도한 이명박 정부 언론 탄압으로 해직당한 이근행 MBC PD, 노종면 YTN 기자 등이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첫 방송 조회수가 50만을 돌파하며 ‘낡은 뉴스를 타파하고 99%가 원하는 진짜 뉴스를 지향’한 <뉴스타파>가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이근행 PD는 <뉴스타파> 시즌2를 거치며 후원 기반의 비영리 독립언론으로 키웠습니다. 김용진 현 <뉴스타파> 대표와 최승호 PD가 합류한 <뉴스타파> 시즌3에서부터 본격 탐사보도를 전면에 내세우며 독립언론으로 역사를 개척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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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협업해 ‘조세회피처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뉴스타파>. 왼쪽 김용진 현 대표, 오른쪽이 최승호 PD. ⓒ시사IN 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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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뉴스타파>는 한국 언론으로 처음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협업해 ‘조세회피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전두환씨 장남 전재국,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 이수영 OCI 회장, 김우중 전 회장의 아들 김선용씨 등 역외 탈세 연루자를 밝힌 대특종이었습니다. 이후 <뉴스타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ICIJ와 협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 매수 동영상,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윤우진 거짓말 특종, 검찰의 윤우진 비호 사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검찰 특활비 정보공개 청구 등 <뉴스타파>는 굵직한 탐사보도를 내놓았습니다.
9월14일 검찰은 뉴스타파와 뉴스타파 소속 한상진, 봉지욱 기자 주거지에 대한 압수 수색에 나섰습니다. 한 기자는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당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변호인 소개 거짓말 의혹을 특종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때까지 살며 처음으로 공개 사과를 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습니다. JTBC에서 이직한 봉지욱 기자는 뉴스타파에서 이른바 대장동 수사 기록을 단독 입수해 특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실상 검찰이 이번 기회에 그동안 검찰 간부와 검찰 수사를 비판해 온 뉴스타파와 해당 기자들에 대해 ‘보복 수사’를 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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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임수빈 부장검사가 사표로 기소에 맞섰지만, 수사팀을 바꾼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다. 이 기소의 사실상 주임검사가, 이번에 <뉴스타파> 특별수사팀을 꾸린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시사IN 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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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기시감
2008년 12월 서울중앙지검 기자실 내선전화가 울렸습니다. 형사2부장이었습니다. 잠깐 차나 마시고 가라 해서, 부장검사 방을 찾았습니다. 부장검사는 대뜸 “고 기자는 <PD수첩> 사건을 기소해도 된다고 봐?”라고 물었습니다. 그의 입에서 헌법, 언론 자유, 그리고 당시 법대에 다니는 아들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다”라고도 했습니다.
고뇌가 느껴졌고 그 고뇌를 존중해 일단 보도하지 않고 메모만 해두었습니다. 며칠 뒤 사표를 던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가 바로 임수빈 검사입니다. 잘나가는 에이스 검사는 <PD수첩> 제작진을 구속 기소하라는 대검과 청와대에 맞서 사표를 던졌습니다. 그 수사를 이어받아 조능희 PD 등 제작진 5명을 불구속 기소한 검사가 바로 현재 <뉴스타파> 특별수사팀을 꾸린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입니다.
가끔 저는 기억의 한계 때문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만든 ‘그사건그검사’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합니다. ‘송경호’를 입력하면 ‘광우병 위험 보도 PD수첩 명예훼손 혐의 수사(2009)’가 검색됩니다. 2009년 수사라인으로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그는 사실상 주임검사였습니다. <PD수첩> 제작진은 1심(2010년 1월), 2심(2010년 12월), 대법원(2011년 9월)까지 모두 무죄를 받았습니다. 검사 송경호는 대법원 무죄 확정판결 뒤 대검찰청에서 열린 무죄평정위원회에 수사팀 대표로 나와 “잘못된 기소가 아니었다. 법원이 오판한 것이다”라며 항변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수사를 보며 또다시 기시감이 듭니다. 법원에서 무죄가 나도 좋으니 대통령실 가이드라인대로 아마 모조리 기소할 겁니다. 무오류 신화에 빠진 검찰은 무죄가 나도 법원 잘못이라고 우기니까요.
주말 오후에 너무 긴 뉴스레터였습니다. 이렇게 긴 글을 쓴 건, 저희나 <뉴스타파> 같은 독립언론의 가치 때문입니다. 앞으로 쉽지 않은 세월을 보내야 할 거 같다는 직감이 듭니다. 님의 든든한 응원과 구독, 후원만이 어쩌면 독립언론을 키우는 힘입니다. <뉴스타파>도 <시사IN>도 응원 부탁드립니다(당장 종이책 구독이 어렵다면, <시사IN>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sisaineditor) 구독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저는 <뉴스타파>가 이번 일을 거울 삼아 더 단단한 특종을 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시사IN>도 <뉴스타파>와 선의의 경쟁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고제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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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죽음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간부 대화방과 수사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습니다. 간부 대화방에는 수색에 대한 우려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 이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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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지하차도 참사 후 60일이 흘렀습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책임을 부인하는 지자체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유가족은 ‘각자도생’을 말합니다.
✍🏼 이상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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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문화, 서점, 출판 분야 전방위적 예산 삭감에 출판문화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문체부 장관은 “출판계 이권 카르텔”을 언급했습니다. 출판인들은 출판 없이는 K콘텐츠 산업도 없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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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1·3주 월요일 저녁 8시 8교시 정치탐구 with 김만권
💥 매달 2·4주 월요일 저녁 8시 언주유골 with 이언주
🔎 매달 1·3주 화요일 저녁 8시 박지원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
🔎 매달 2·4주 화요일 저녁 8시 정치왜그래 with 박성민·장혜영
☑️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금요시사회 with 시사IN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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