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획취재팀 김연희 기자입니다.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시각은 10월17일 저녁 8시, 장소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입니다. 저녁 7시부터 이곳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가 개최되고 있거든요. 이필수 의협 회장이 인사말을 마친 직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되었어요. 회의가 끝나면 결과를 브리핑하고 질의응답을 받는다고 해서 취재진은 모두 의협 4층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으로 몰려와 있는 상태입니다.
벌써 회의가 시작된 지 한 시간이 흘렀는데요, 대충 눈짐작으로 봐도 30명 넘는 의료계 대표자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대강당에 빙 둘러 앉았으니 회의가 금세 끝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주말 몸과 마음이 꽤 분주했어요. 마음이 분주했던 까닭은 바로 이 ‘의대 정원’ 이슈 때문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논의가 뜨거워질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지난주 금요일을 기점으로 제 예상보다 시계가 훨씬 빠르게 돌아가고 있거든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요. 10월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가 지금 벌어지는 ‘급전개’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면 민주주의에서 선거로 확인되는 민의란 참 힘이 세구나 싶어요(자세한 내용은 이번 주 <시사IN> 기사를 확인해주세요).
몸이 바빴던 이유는 일요일 치러진 영상PD 공채시험 때문입니다. 2020년부터 <시사IN> 유튜브 방송을 제작하던 김진주 PD가 올해 9월을 끝으로 편집국과 작별을 고했어요. 영상 분야에서는 자갈밭과도 같았던 종이 매체 <시사IN>에서 김진주 PD는 동기인 최한솔 PD와 함께 지난 3년간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유튜브 채널을 키워왔습니다. 그사이에 <시사IN> 유튜브는 고정 코너가 5개나 생기고, 어엿한 스튜디오도 갖추게 되었지요. 김진주 PD가 본인 자리에 남겨두고 간 간식 바구니에서 젤리와 사탕을 꺼내 먹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지더라고요(그래서 젤리를 더 많이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 PD는 자리에 간식 바구니와 함께 A4 용지 7장 분량 ‘인수인계 문서’도 남겨두고 갔습니다. 이제 곧 이 문서가 신입 PD의 손에 전해지겠지요. 지난 일요일 치러진 시험은 실무평가였어요. 서류심사를 통과한 수험자 14명이 <시사IN> 큰 회의실에 모여 시험을 봤습니다. 중도에 이탈하는 분 없이 하루 꼬박 평가 전형에 임하는 수험자 분들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어디에서든 그 절실함이 보답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시간은 저녁 9시를 향해 가고 있네요. 의협 대표자 회의는 언제쯤 끝나게 될까요? 이번에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이루어질까요? 증원이 된다면 몇 명이나 늘어날까요? 지난 일요일 <시사IN> 큰 회의실을 채웠던 얼굴 중 누가 새로운 동료가 될까요? 저는 언제 퇴근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독자님은 이 편지를 재미있게 읽으셨을까요? 궁금증이 많아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