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사IN> 김은지입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뉴스레터에서는 두 번째 뵙습니다.
오늘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봅니다. 저는 미용실만 가면 지청구를 듣습니다. 다양하게 변주되지만, 결국 ‘앞머리가 왜 그러냐’는 말입니다. 생각할 때 앞머리를 만지는 버릇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감만 하고 나면 앞머리가 미묘하게 짧아져 있습니다.
‘마감 후유증’은 저만 겪는 게 아닙니다. 손거스러미를 뜯거나, 회사 주변을 뺑뺑 돌거나, 담배를 몰아 피거나…. 취재기자들은 각자 방식으로 마감의 강을 건넙니다. 그만큼 마감은 고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국회 보좌관 출신 이진수 작가의 책(<시사IN> 제747호 사람IN ‘정치 글로 보는 정치의 본령’)에는 한 에피소드로 기자와 보좌진 사이 푸념이 그려집니다. 기자는 마감만 안 하면 정말 좋은 직업이다, 보좌진은 국정감사만 안 하면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서로 말을 주고받자, 국회의원이 끼어듭니다. 의원도 출마만 안 하면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그러자 모두 웃었다는 내용입니다.
무릎을 쳤습니다. 각자 자신을 가장 괴롭히는 그 일이 해당 ‘업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다, 힘들다 해도 결국 마감을 해야 제 일이 완성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러한 마감에서 지난 3주 동안 한발 물러나 있었습니다. 팀장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편집팀으로 파견을 갔습니다. 편집팀은 기사 마감이 끝난 이후부터 일이 시작되는 부서입니다. 취재기자가 쓴 기사는 팀장과 국장의 데스킹을 받습니다. 이어 교열기자의 교열을 거쳐, 미술기자가 기사를 지면에 앉힙니다. 지면 디자인을 위해 사진기자, 미술기자, 자료팀장이 협업을 합니다.
편집기자의 시간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열립니다. 취재기자가 뽑은 제목·발문·중제·사진 설명 등을 확인 후 고치기도 하고, 양을 맞춥니다. 논리적 오류와 오자 등이 없는지 다시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내용을 수정하거나 다듬기 위해 미술기자를 몇 번씩 찾기도 합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편집기자가 확인한 기사는 다시 국장을 거쳐 교열기자, 미술기자, 국장, 편집기자 순으로 마지막 작업을 합니다. 화살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취재기자→팀장→국장→편집기자→교열기자→미술기자→편집기자→국장→편집기자→교열기자→미술기자→국장→편집기자. 때로는 변호사 자문이 중간 과정에 끼어들기도 합니다.
이 모든 단계를 넘어야 하나의 기사가 세상에 전해집니다. 무척 공들이는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시사IN>을 독자님께 전해 드린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어렴풋이 알던 기사의 후반 작업에 대해 저 또한 많이 배웠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사에는 취재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이 박힙니다. ‘내 기사’라는 생각이 쉽게 듭니다. 반면 비취재 부서의 역할은 잘 조명되지 않습니다. 기사 마감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때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여전히 마감은 고됩니다. 또한 기사라는 콘텐츠의 핵심은 취재기자의 마감이라는 고통을 거쳐야만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일이 <시사IN>이라는 하나의 팀이 함께 해내고 있다는 사실도 동시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언론사 뉴스레터에서 보통 보기 힘들게, 내부 구성원들을 포함해 <시사IN> 편집국 멤버 모두가 독자님께 인사드리는 이유일 겁니다.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함께 발을 맞춰주는 동료들과 일하는 공간이 자랑스럽습니다. 그 결과물을 독자님께 늘 곡진하게 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