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목요일 오후 8시3분입니다. 편집국에서도 마감이 느린 편에 속하는 저는 어김없이 오늘도 해가 땅에 떨어진 뒤에야 겨우 마감했습니다.
오늘은 저와 제 동기 김영화 기자가 입사한 지 만으로 꼭 5년을 채우는 날이기도 합니다. 저보다 더 빨리 마감하고 지면에 앉힌 기사를 기다리고 있는 성실한 동료에게 '맥주 마시러 가자'는 메시지를 보내놓았지만, 이번에는 달이 진 뒤에야 이 편지를 다 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미리 듭니다.
마감하고 있으면 종종, 어쩌면 결코 실력이 늘지 않을 턱걸이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주일을 철봉에 매달려서 아등바등하다가 목요일에 간신히, 그것도 턱을 치켜들어서 겨우 딱 한 번 턱걸이를 성공시키는 겁니다. 금요일부터는 다시 일어나 두 손으로 철봉을 붙잡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금요일. 여유가 넘칩니다. 논문도 쓸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토요일. 어제 섭외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일요일. 내일 섭외해야 할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월요일. 취재원의 연락처가 구해지지 않으면 지누션의 '전화번호' 노래를 듣습니다.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난 알 수 없어. 하지만 정말 궁금한 게 딱 하나 있소. 네 전화번호~" 주술을 외듯 몇 번이고 돌려 듣습니다(현실에서, 특히 남성이 처음 보는 여성에게 연락처를 달라고 강요하는 것은 범죄입니다. 노파심에 적습니다).
화요일. 휴대전화와 프린트기가 바쁩니다.
수요일. '착하게 살자'는 금요일의 다짐이 '착하게 살았는데 왜!?' 하는 당혹과 의문으로 슬슬 바뀝니다. 편집국은 3층이지만 비뚤어진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기 시작합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마감을 미루고 싶은 마음에 누군가 엘리베이터 층수 버튼을 누르지 않고 다 함께 멀뚱멀뚱 서 있기를 남몰래 바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밤을 새우기도 하고, 두세 시간 쪽잠을 자기도 합니다.
목요일. 식사는 거릅니다. 믿을 수 없이 어려운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기도 하고 말도 안 되게 쉬운 단어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기도 합니다. 마감의 풍경은 그야말로 두서가 없습니다. 지저분하고, 고단합니다.
금요일. 여유가 넘칩니다. 다시 착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인간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해마다 이 '실수'를 50번씩, 벌써 250번을 반복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실수도 많이 하면 나아질 법한데 여전히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몇 번, 한 몇백 번은 더 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때에는 요령 있게 실수하는 법이라도 터득해서 알려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와 김영화 기자는 오늘 밤 맥주를 마시러 갈 수 있을까요?
주말은 춥다고 하니 따뜻하고 든든하게 입으시길 바랍니다.
정말 이만 푸념을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