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에 비해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저질러진 계엄군의 만행에 관한 검찰의 조사와 진실 규명은 부실했습니다. 당시 발포 명령 최종 책임자 규명이라든지 헬기 기총소사, 계엄군의 성폭행 등 수많은 범죄혐의에 관한 진상조사는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전두환씨는 죽기 전까지 왕년에 쿠데타를 함께했던 하나회 멤버들을 대동해 주기적으로 골프장과 강남 초호화 식당을 드나들며 호의호식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전두환의 역사 뒤집기 시도는 2010년대 이후 더욱 집요해졌습니다. 그는 2017년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자신을 ‘광주시민의 씻김굿 제물’이라거나 북한 특수군 600명이 광주에 침투해 5·18을 일으켰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퍼뜨렸습니다.
〈시사IN〉은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대장동 개발사업 자료, 성남도시개발공사 및 공공기관,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기록, 복수의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민간사업자들의 과거를 복원하고 현재를 검증했습니다.
경기도 시골 마을에서 ‘하늘의 도움으로 세상을 얻어(화천대유·火天大有-주역 64괘 중 14번째)’ ‘마음먹은 일을 성취(천화동인·天火同人-주역 64괘 중 13번째)’했다고 주장하는 민간사업자들은, 실제로는 오랜 기간 축적한 인맥과 정보, 자금 동원력을 활용해 조직적이고 인위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설계도’를 그려냈습니다.
김남주라는 시인이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을 기린 시이자 노래로 최근 유명해진 ‘죽창가’를 쓴 바로 그 사람입니다. 1979년에 투옥되어 9년여 동안 옥고를 치렀지만, 감옥은 그의 저항 의식과 창작욕까지 가두지는 못했습니다. 강력한 전의(戰意)로 선혈이 뚝뚝 돋는 듯한 뜨거운 시들을 바깥으로 내보냈습니다. 특히 ‘1980년 광주학살’ 관련 작품들은 반(反)군부독재 투쟁이 한창이던 대학가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김남주 시인은 전두환이 대통령이었던 1980년대를 “학살의 원흉이 지금/ 옥좌에 앉아 있다/ 학살에 치를 떨며 들고일어선 시민들은 지금/ 죽어 잿더미로 쌓여 있거나/ 감옥에서 철창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학살 3〉)”라고 묘사했습니다. 그는 “형제의 살해 앞에서 저항하지 않고/ 누가 자유일 수 있단 말인가(〈학살〉)”라고 부르짖으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양심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은 전선이다 무덤이다 감옥이다.”
실제로 당시 젊은이들은 누구도 광주학살로부터 자유롭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나라 지킨다는 장군이 반란을 일으키고 이에 저항하는 최소 수백 명의 시민을 때리고 찌르고 쏘아 죽이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해 광주에서 숨지거나 다치거나 갇힌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과 부채 의식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부조리한 현실은 당대의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터무니없을 정도로 급진화시키기도 합니다. 김남주 시인은 〈학살 3〉에서 그 장군과 ‘똘마니’들을 섬뜩할 정도의 언어로 저주합니다. “살해된 처녀의 머리카락 그 하나하나는/ 밧줄이 되어 너희들의 목을 감을 것이며/ 학살된 아이들의 눈동자/ 그 하나하나는 총알이 되고/ 너희들이 저질러놓은 범죄/ 그 하나하나에서는 탄환이 튀어나와/ 언젠가 어느 날엔가는/ 너희들의 심장에 닿을 것이다.”
11월23일, ‘전두환’이 90세의 나이로 병사했습니다. 이 범죄자는 “광주와 내가 무슨 상관이냐”라며 사과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뇌물수수와 반란에 따른 추징금 중 약 1000억원을 내지 않고 ‘내 전 재산은 29만원’이라며 버티다가 와석종신(臥席終身)했습니다.
그나마 전두환이 ‘학살자’라는 역사적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전두환 당(민정당)’의 후예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잠시 망설임 끝에 조문하지 않기로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다만 김남주 시인의 ‘저주’가 문자 그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 유감입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0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감'을 묻는 질문에 20대의 49%가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누굴 찍을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2030을 대변해 손희정 문화평론가와 김다은 <시사IN>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5년의 리더십과 정책은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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