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초여름 건강하게 맞이하고 계신가요?
현충일인 6월6일 <시사IN> 편집국에 앉아 뉴스레터에 실릴 편지를 쓰고 있어요. ‘빨간 날’ 웬 출근이냐 하실 수도 있지만, 기사 마감일을 기준으로 한 주가 돌아가는 <시사IN> 기자들에게 주중에 있는 공휴일은 ‘대중교통이 덜 붐비는 날’ 정도로 취급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이나 취재처로 향하는 길 ‘오늘따라 지하철에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했다가 그날이 공휴일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떠올리는 경우도 가끔 생깁니다.
오늘은 아이유의 ‘라일락’을 들으며 한적한 거리를 걸어 회사에 왔습니다. 라일락은 5월에 피는 꽃이고, 노래가 나온 것도 초봄(2021년 3월25일)이던데, 저는 꼭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이 노래를 꺼내 듣게 됩니다. 싱그러운 사운드가 초여름 더위를 잠시 잊게 하고 나날이 짙어지는 녹음과는 썩 잘 어울려서 그랬는데요, 올해는 예전과 달리 “봄날의 꿈처럼, 라일락 꽃 지는 날, Good bye”라고 밝게 작별을 노래하는 가사가 귀에 들어왔어요. ‘너의 대답이 날 울려’도 ‘약속 같은 안녕’을 고하며 ‘얼마나 기쁜 일’ 이냐고 감탄하는 오묘함을 곱씹어보고 있습니다.
저는 5월부터 편집소통팀이라는 새로운 부서로 자리를 옮겨 일을 하고 있어요. 줄여서 ‘편소팀’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변진경 국장의 표현에 따르면 “수상한 팀”이고, 팀장인 장일호 기자 말로는 ‘기사 쓰는 것 빼고 다 하는 팀’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기사도 쓴답니다.) 한 달간 ‘그래서 편소팀은 뭘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어요. 그때마다 적당한 답을 찾지 못해 그 주에 한 일을 줄줄이 읊어대곤 했는데요, 최근 제 나름대로는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편지에서는 부서 이름에도 들어가 있는 ‘소통’ 업무에 대해 얘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좀 더 풀어서 설명을 하자면 독자분들과 <시사IN> 사이 관계와 접점을 넓혀가는 방법을 궁리하고 실행에 옮기는 업무이거든요. 기자 생활을 시작한 뒤로 늘 저에게는 구독자들이 머릿속 한구석에 궁금증으로 남아 있었어요. ‘스마트폰을 켜기만 하면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에 <시사IN>이라는 주간지를 기꺼이 구독하는 사람들과 그 마음은 무엇일까?’ 아마도 다양한 유형의 구독자분들이 계시겠죠. 온라인 뉴스에 현기증이 나서 일주일에 한 번씩 ‘기사 꾸러미’를 받아보고 싶은 분, <시사IN>이 지향하는 가치에 공감해 후원처럼 구독을 시작하신 분, 1쪽부터 72쪽까지 빠짐없이 <시사IN>을 읽으시는 분, 숙제처럼 읽지 못한 <시사IN>이 쌓여서 ‘왜 내가 내 돈 내며 자괴감을 느껴야 하나’ 싶으신 분 등등이요.
독자들이 직접 내는 구독료로 언론사가 수익을 내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처럼 굳어져가고 있고, 실제 <시사IN> 구독자 수도 하향세입니다. 그럼에도 <시사IN>은 정말로 보기 드물게 여전히 구독료를 주요 재원으로 운영되는 매체예요. 그런 재원 구조 덕분에 이 매체가 정직함과 신뢰성, 그리고 ‘퀄리티 페이퍼(quality paper)’라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저는 고집스럽게 믿고 있어요. 그래서 <시사IN> 구독자분들이 궁금합니다. 구독자들이 <시사IN>을 선택한 동기 아래에 이 매체만이 가지고 있는 저력이 있을 테지요. 언젠가 다른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는 날이 올지라도, 그전에 한 번쯤은 <시사IN>이 가지고 있는 그 고유한 무언가에 제 인생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시사IN> 앞쪽에 실리는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매주 한 명씩 구독자분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도 편소팀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인데요, 얼마 전에는 ‘떠난 독자와의 대화’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시사IN>을 선택한 이유 못지않게, <시사IN>을 떠나게 된 이유를 아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비슷한 연장선상에서, 서점의 시사주간지 판매 코너 옆에 서서 ‘뻗치기’를 하다가 <시사IN>을 집었다 다시 놓은 사람을 붙잡고 얘기를 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어요.
이 뉴스레터를 받는 분 중에서 구독을 중단하신 분들도 있으시겠지요. 아직 <시사IN>을 구독하고 계시지만 ‘요새 좀 별로인데’ 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고요. 그렇다면 꼭 좀 부탁드립니다. 아래 ‘뉴스레터 피드백 남기기’ 버튼을 눌러서 ‘독자와의 대화’ 혹은 ‘떠난 독자와의 대화’를 신청해주세요.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뒤 말씀 청해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