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시사IN> 김영화 기자입니다.
글로 인사드리는 건 오랜만입니다. 저는 요즘 지면을 떠나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유튜브팀에서 ‘김은지의 뉴스IN’을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그날의 주요 이슈를 톺아보는 ‘뉴스 리액션’ 코너에서 브리핑을 담당하고 있고요. 말하기엔 영 소질이 없어 쓰기와 듣기를 추구해온(?) 내향인으로서 거의 ‘전직’에 버금가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물론 대본을 직접 쓰지만, 호흡이 긴 주간지 문법과는 확연히 달라서 업무 방식도(아, 유튜브 알고리즘…) 고민도 다 바뀌고 있어요. 이런 신상 변화를 알렸더니 가까운 지인들은 제 사투리부터 걱정(?)하더라고요(살짝 경상도 억양이 묻어납니다). 어떻게 유튜브를 하게 되었느냐면서요.
바야흐로 4월의 어느 목요일 마감날 아침이었습니다. 좀처럼 쓰여지지 않는 기사 첫머리를 부여잡고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변진경 당시 편집국장 당선자가 저를 회의실로 불렀습니다. 마감이 늦어지는 변명을 구구절절 구상하며 들어갔는데, 예상 밖의 말이 나왔습니다. “인사이동을 할 계획인데, 유튜브팀 한번 가볼래?” 놀라울 새도 없이 처음 떠오른 건 ‘마감을 안 해도 되나?’ 하는 얄궂은 생각이었습니다. 전날 잠을 많이 못 잔 상태여서 그런지 굉장히 매혹적으로 들리더라고요(그러니 여러분께선 중요한 결정 내릴 땐 꼭 숙면을 취하시고…농담^^). 아무튼 업계에서 회자될 정도로 빠른 구독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유튜브팀에 재를 뿌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나중에야 들었습니다.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어디선가 막 차오르더라고요. 그렇게 다소 예상치 못하게 카메라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의 효력은 짧디짧았습니다. 쏟아지는 정치 뉴스, 초 단위로 집계되는 조회수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더라고요. 그런 와중에도 출연진을 안목 있게 섭외하고, 그 수많은 말들 가운데 순발력 있게 ‘야마’와 ‘섬네일’을 척척 뽑아내는 동료들이 실로 존경스러웠습니다(feat. 수습기자의 심정). 사실 활자매체 종사자로서 ‘유튜브’라는 숙제를 외면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영향력을 두려워하면서도 내심 얕잡아봤습니다. ‘그래도 유튜브보다는 글이 더 슴슴하고 깊이 있지’ 같은 생각도요(정작 저 역시도 마감이 끝나면 유튜브 중독자로 살아가면서…). 단순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한 달밖에 안 된 입장에서 하는 서투른 이야기지만, 유튜브 세계는 뭐랄까 끊임없이 ‘반응’에 숙달되어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때론 구독자나 조회수 반응일 수도 있고, 오늘 당장 사람들이 알고 싶은 이슈가 무엇인지, 누구의 비평을 가장 듣고 싶은지, 무엇보다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지 내내 살핀다는 점에서요. 물론 기사를 쓸 때도 당연히 고심하는 부분이지만, 주간지의 안목을 담아 그날그날의 저널리즘을 쌓아가고 있다고 (나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사이동 제의를 받은 날 쓰고 있던 기사는 ‘힙해진 불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뉴진스님부터 불교 박람회까지, 젊은 층이 불교에 호응하는 문화현상을 다뤘는데요. 취재하다 보니 정작 불교계의 결단이 궁금하더라고요. 젊은 불자들이 사라진다는 위기감이 컸고, 변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이 내부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여든이 넘은 노스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데, “그때그때의 흐름과 시대정신에 맞춰서 종교의 모습이 변할 필요가 있다. 중생과 함께하면서 호흡하는 게 불교지, 속세와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었어요.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모양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니겠냐면서요. 불교계의 결과론적 해석일 수 있겠지만, 융통성이 부족한 저를 조금 자유롭게 해주는 말이었습니다. 유튜브 시대에 자꾸만 존재 이유를 질문받는 뉴스와 저널리즘에 대한 비유로도 읽혔고요.
다행히도 그런 저희의 시도가 꽤 순항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총선 이후는 뉴스 하한기라는데 <시사IN> 유튜브의 인기는 식지 않았거든요. 얼마 전 구독자 30만명 돌파를 기념해 구독자 몇 분을 초대해 스튜디오 ‘1열 직관’ 이벤트를 했는데 그사이 35만명이 넘었습니다(짝짝짝!). 유튜브 시작하던 초반부터 봤다면서 ‘서사’를 꿰뚫고 있는 독자님, 스튜디오가 생각보다 더 좁아서 놀랐다는 독자님, 종이 잡지 구독자는 아니지만 유튜브는 매일 챙겨 본다는 독자님까지 스크린 너머로 상상만 하던 분들을 직접 만나니 많이 뜻깊었습니다. 기사든 책이든 유튜브든, <시사IN>만의 이야기로 독자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끈질긴 ‘메타몽’처럼요. 사실 아직도 수습기자 모드로 적응하고 있는 1인으로서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는 것 같지만(...) ‘왜 <시사IN>이 유튜브를 해?’ 하는 질문에 대한 제 나름의 관찰기(?)를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음번엔 꼭 성공기를 들고 올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한편으론 이렇게 글로 써야지 스스로도 정리가 되는 걸 보면 역시 말보단 글이 낫다(!)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읽어주시는 독자님이 계셔서 가능한 고민이겠지요. <시사IN>과 저의 새로운 도전을 많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쪼록 무더운 초여름, 다들 평안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