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시사IN> 주하은 기자입니다.
뉴스레터로 인사드리는 것은 무려 10개월 만이네요. 그사이 가을과 겨울, 봄이 지나고 다시 여름이 온 이제야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무탈하게 잘 지내셨는지요?
그동안 저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미국에 해외 취재를 다녀오기도 했고, 한창 반도체에 꽂혀서 관련 기사를 열심히 쓰기도 했습니다. 두 달 전쯤에는 정치팀으로 인사이동을 했습니다. 험난한 국회는 저 같은 초보자를 봐주지 않기에, 회사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요즘은 여의도를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사건은 뭐니 뭐니 해도 ‘영일만 석유 시추 계획’에 대한 취재와 일련의 보도였습니다. 무려 15년간 영일만 일대를 탐사한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가망이 없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한국에서 철수했다는 보도, 심층 분석을 맡은 “세계 최고 수준(윤석열 대통령의 표현)” 기업 액트지오가 4년간 세금 체납으로 법인 자격정지 상태였다는 보도 등을 했습니다. <시사IN> 독자라면 다들 한 번쯤 들으셨던 이야기겠죠?
사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취재였습니다. 편집국장이 전화로 취재 지시를 했을 때도 여러 번 난색을 표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한국석유공사가 내놓은 자료가 전무한 상황에서 취재를 해봤자 이들의 말을 받아적는 수준밖에 되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산업부 출입기자도 아닌 제가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는 것 또한 난망해 보였고요. 그럼에도 편집국장이 계속 시키기에, 어쩔 수 없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제약’들이 이번엔 도움이 됐습니다. 뭐라도 해보려고 인터넷에서 영일만 석유 시추 계획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뒤져보았습니다. 전 세계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찾다 보니 나오는 게 있긴 했습니다. 우드사이드의 사업보고서, 액트지오 세금 체납에 관한 텍사스주 정부 문서 모두 인터넷에 공개돼 있는 자료입니다. 출입기자들이 정부세종청사 출입처에서 열심히 기삿거리를 발굴할 때, 저는 저만의 ‘온라인 삽질’을 반복해 찾은 결과입니다.
입사 3년 만에 얻은 ‘특종’에 뿌듯하기도 합니다만, 여전히 ‘운’의 지분이 90%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입사 동기인 이은기 기자가 저에게 힌트를 주지 않았다면, 해당 자료들이 온라인에 공개돼 있지 않았다면, 하다 못해 액트지오가 세금 체납을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보도이기 때문입니다(10%는 제 실력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다음 ‘운때’가 또 언제 올지 모르겠습니다. 3년 만에 찾아온 운이니, 또 3년이 걸릴 수도 있겠고요. 그동안 미약하나마 숙련이 쌓였다면 그것보단 좀 더 빨리 찾아올 수도 있겠지요? 언제가 될지 모를 그때를 위해 또 ‘빛나는’ 삽질을 계속해보겠습니다.
또 특종을 하고, 뉴스레터를 통해 독자님께 제 자랑을 늘어놓을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여러분도 제 기사를 기대하는 눈으로 바라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