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사진팀 박미소입니다.
전 제 이름을 말할 때, 은근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뜻도 좋고,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쉬운 이름이라서요. 그치만 ‘미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입꼬리가 내려가 있어서 무표정하게 있으면 화났느냐는 말을 종종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름이 잘 어울리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삶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누군가 ‘미소 할머니~’라고 부르면, 다정한 얼굴로 바라보고 싶어요.
다정한 얼굴을 가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그렇게 살아가는 법을 몸에 익히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다정한 풍경들을 보면 잘 기억해두려고 해요. 마침 오늘 아침에 다녀온 수영장에서 다정한 순간들을 만났습니다. 님께도 알려드리자면, 남편의 허리춤을 잡고 하얀색 스쿠터를 타고 온 상급반 수강생 아주머니의 평온한 얼굴. 어깨가 굽은 할머니 두 분이 번갈아가며 서로의 등을 비누칠해주는 모습.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는 활기찬 목소리. 별것 아닌 듯해도, 모아보니 마음이 산뜻해지네요.
팍팍한 일상 속에서도 다정함을 전한다는 건, 그만큼 상대방을 헤아리는 데에 힘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난 뉴스레터 이후에 자신만의 ‘비밀의 화원’을 공유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이야기해주셨으니, 이젠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것이라 믿고 알려주신 안식처들을 소개합니다.
‘성북천 발원지 근처 벚꽃나무, 새벽 수영장 가는 길의 집 앞 풍경, 독립영화관 에무시네마, 용산역의 어느 카페 1층 창가 자리, 한강대교 남단 자전거도로 쉼터, 국회 박물관 역대 의장 초상화가 걸린 벽면의 어느 구석, 코리아나호텔 1층 카페 창가에서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 제주 신양리 밤 바다에서 보는 갈치잡이 배들의 불빛.’
여러분께서 건네주신 다정한 마음들 모아 모아 잘 간직하겠습니다. 장마가 끝났네요. 무더운 날들 속에서도 다정한 풍경들을 주고받는 여름이 되시길 바랍니다.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