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진팀 신선영입니다. 저는 365일 산책을 합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태풍이 불어도, 심지어 숙취에 시달려 몸이 흐느적거릴 때도 무조건 나가서 걷습니다. 걷는 걸 좋아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때문입니다.
4년 전 경기도 가평역 인근에 버려진 진도믹스(진돗개 혼혈견) 한 마리를 입양했습니다. 보호소에서 입양이 되지 않아 안락사를 앞둔 강아지를 마음씨 좋은 임시 보호자가 잠시 돌보고 있었는데, 그 사진을 보고 저와 남편이 찾아갔습니다. 차분해 보이던 강아지는 진돗개 계통 특유의 말린 꼬리와 쫑긋한 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금 억울해 보이는 눈빛이 계속 머릿속에 아른거려서 결국 입양을 결정했습니다. ‘하루’라는 새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사실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이렇게까지 생활방식을 바꿀 줄 미처 몰랐습니다. 우선 저녁 약속을 잡는 것이 꽤 힘들어졌습니다. 실내에서 배변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앞서 말한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합니다. 실내견으로 길러지는 진도믹스가 방광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말을 동물병원에서 들은 저희는 아침과 저녁 ‘산책 당번’을 나눠서 나갑니다. 여행을 갈 때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숙소를 알아봐야 합니다. 하루는 믹스견이지만 진돗개처럼 보이기 때문에 자주 퇴짜를 맞기도 합니다. ‘중형견 가능’을 확인하고 숙소나 카페를 방문했을 때 ‘진돗개는 예외로 불가능하다’는 답을 자주 듣습니다.
한국인은 진돗개를 참 아끼는 것 같지만 ’진돗개는 사납다’ ‘진돗개는 다른 개와 잘 지내지 못한다’ 등 편견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도 태어나고 자란 환경에 따라 같은 종이라 해도 성격이 천차만별입니다. 가끔 산책길에 ‘여자가 저런 개를 키워서 어쩌려고’ ‘진돗개는 입마개 써라’와 같은 말들도 듣습니다. 속이 답답하지만 일단 꾹 참습니다.
산책하면서 이런저런 서러웠던(?) 기억이 차곡차곡 쌓여갈 때쯤 ‘반려견 순찰대’ 모집을 보고 곧바로 지원했습니다. 2022년 8월, 실수 없이 실기시험을 통과한 하루는 당당하게 서대문구 반려견 순찰대 1기 대원이 되었습니다. ‘반려견 순찰대’는 개와 사람이 매일 산책하는 동안 자신이 사는 동네를 다니면서 위험한 구조물이나 위급 상황을 발견하면 신고를 하는 활동을 합니다. 밤 산책 중에는 어두운 골목길에 혼자 걸어가는 여성이 보이면 반짝거리는 LED 라이트를 켜고 뒤에서 걸어주기도 합니다. 순찰대 표식이 있는 반려견용 유니폼을 입고 나가면서 시비를 당하는 날도 줄었습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50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름 휴가철마다 유기견이 급증한다고 합니다. 동물권리국제협회는 매년 8월 세 번째 토요일을 ‘세계 유기 동물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죠. 하루가 저희 집에 오면서 생활을 바꿔놓았지만, 한 편으로는 동물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습니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도 물론이고요. 비인간 존재와 함께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지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하루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요즘은 제가 피곤한 걸 아는지 옆에서 나란히 걸어주기도 합니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운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걷기 좋은 날씨가 아닙니다) 더운 날에는 야외 활동을 줄이시고, 되도록 실내에서 시원하게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