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사진팀 이명익 기자입니다.
님께서는 올여름 더위 어떠셨나요? 8월 말인 지금까지도 저는 너무 더워서, 여름이 끝나기는 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번 여름 더위는 기후위기와 관계가 있습니다. <시사IN> 이오성 기자가 6월 초에 쓴 ‘폭염·폭우·태풍 3재가 닥치는, 무서운 여름이 온다’ 기사에 유난히 더운 이번 여름에 대한 전망이 나와 있었습니다. 읽다 보면 정말 무서운 건 이 '무서운 여름’이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 가족과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바다로 갈까, 산으로 갈까? 최종 선택한 곳은 강원도 평창에 있는 한 숲속 캠핑장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희 가족 모두 꽤 만족한 캠핑이었습니다. 근처에 스키장이 있는, 살짝 고도가 높은 그 캠핑장은 한낮에 30℃가 넘어갔지만 해가 지면 금세 선선해지고 새벽 무렵엔 20℃까지 떨어졌습니다. 열대야 걱정 없이, 얇은 이불을 덮고 자는 여름밤이라니, 에어컨 온도 설정을 두고 고민에 빠지던 서울의 밤과는 너무나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휴가를 마치고 온 서울은 역시나 무더웠습니다. 저희 가족 모두 평창의 여름밤이 그리울 정도였죠. 그러다 문득 저의 어릴 적 여름밤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열대야라는 것도 몰랐고 한낮의 해가 지면 선선해지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에게는 어떨까요? 이제 막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제 딸에게 여름은 밤에도 무더운 계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창문을 열 수 없을 만큼 높은 습도, 선풍기로는 식힐 수 없는 더위, 그리고 한번 30℃ 넘는 무더위가 시작되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는 여름날들. 내년의 여름이, 10년 뒤의 여름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까지.
사실 이 기후변화 앞에서 저와 제 딸이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습니다. 단순히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 분리배출을 잘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해서 가져올 수 있는 변화는 아닙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개인의 친환경적 삶도 한 축이지만 가장 큰 축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가 간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시사IN>과 함께 해보시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레 제안해봅니다. <시사IN>에는 이오성·김다은 기자 같은 환경문제에 전문성 높은 기자들도 있고, 환경문제가 국가·세계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잘 짚어주는 이종태 기자도 있습니다. 물론 저도 사진기자로서 기후변화의 문제를 늘 고민하고 있고요.
저희 가족은 내년에도 강원도 평창으로 여행을 떠날 것 같습니다. 이미 딸이 내년 휴가지로 점찍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저희 삶의 방식도 조금 변화를 주려 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에어컨을 포함해 전기 사용량을 좀 더 줄이는 방법을 궁리해보려 합니다.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저희 가족의 삶도 기후변화의 한 축이기는 하니까요. 그리고 저 또한 기후위기나 환경문제와 관련된 좋은 사진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