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은 추석과 설 명절 때면 특집 성격의 합병호를 발행합니다. 바로 이번 주가 2025년 설 합병호(제906·907호)를 제작하는 주였어요. 평소 72쪽인 페이지가 88쪽으로 늘어나고, 명절과 연휴 기간 독자분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기획들도 부지런히 준비를 했습니다.
이렇게 설 합병호 제작으로 분주하던 지난 수요일, 대통령 윤석열이 마침내 체포되었습니다. 그날 하루 기념 특식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지요. 저와 동료들도 이제야 정말로 새해가 밝은 기분이 들어 점심 메뉴로 떡국을 택했습니다. 안도감이 드는 한편, 현직 대통령이 법적 절차를 모조리 거부하다가 체포되는 ‘꼴’까지 보다니 착잡함을 지우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설 명절이 오기 전에 한 고비를 넘었으니 정말 다행이다 싶습니다.
어느덧 전생처럼 느껴지지만, 올해 1월20일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고 5년이 되는 날입니다. 2020년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팬데믹의 터널에 들어서게 되었지요. 많은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목숨을 잃었고 그보다 많은 이들이 얼어붙은 사회의 그림자 속에서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때의 아픔을 제대로 성찰하고 그로부터 한발 더 나아간 사회를 만들자던 다짐을 잊고 사는 것 같아 종종 부채감이 듭니다.
뭘 알기라도 하듯,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들을 정밀 타격했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폭증한 물량을 감당하던 노동자가 과로 끝에 세상을 떠났던 새벽 배송 시스템, 밀집된 공간에서 화장실 가는 것조차 감시를 당하다 집단감염의 온상이 된 콜센터, 가족 면회가 차단된 채 고립된 생활을 인내했지만 수많은 희생자가 나온 요양시설 등등. 팬데믹은 곧 한국 사회의 취약한 지점, 열악한 환경, 방치된 이들이 가시화되는 시간이었습니다. 2025년의 우리가 그때와 얼마나 다른 곳에 와 있는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신종 감염병 대응이라고 하면 흔히 백신, 치료제, 진단키트 같은 신기술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 기술에 대한 투자와 개발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을 돌아보면 감염병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 공동체의 일상과 서로의 삶을 돌보는 일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제되고 지워지는 사람 없이 말이지요.
설 명절을 앞두고, 지난 연말 정신이 없어 미뤄두었던 ‘송구영신’의 자세를 꺼내봅니다. 동시에 2024 취재 노트에서 2025 취재 노트로 잊지 말고 옮겨 적어야 할 사안들도 잘 추려야겠습니다. 모쪼록 한 달 넘게 졸였던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설 명절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