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도 분명 지난해 12월3일 밤의 기억이 생생하실 겁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회사 인근 눈여겨본 이자카야에서 회를 포장해 오랜만에 곧장 퇴근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양이 적어서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했던 평온한 저녁이었습니다.
그러다 밤 10시 즈음, 정치이슈팀 단체방에 메시지가 올라왔습니다. 윤석열이 긴급 발표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밤중 뜬금없는 대통령의 행동에 팀원끼리 다양한 추측을 하며 기다렸습니다(“술 먹다 열받았나” “반국가 세력과 싸우겠다고 할 것” “설마 하야?”). 당연히 ‘계엄’은 상상 범위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밤 10시에 한다는 긴급 발표가 계속 지연됐습니다. 왜 대통령이 지각하냐는 불만이 길어질 때 즈음 윤석열이 나타났습니다. 밤 10시24분 그는 헐떡이는 목소리로 예상처럼 야당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규탄하더니, 4분 뒤 갑자기 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실시간으로 함께 긴급 발표를 보던 팀원들은 외마디만 쏟아냈습니다. “???” “헐” “엥?” “미친” “이게 무슨 소리예요” “네?”
그렇게 긴 밤이 시작됐습니다. 저희는 모두 각자의 일터로 뛰어갔습니다(<시사IN> 편집국 모두가 움직였습니다). 정치이슈팀 전혜원·김영화·주하은 기자는 국회와 광화문으로, 유튜브를 담당하는 저와 최한솔·김세욱·이한울 PD는 회사로 갔습니다. 전화를 받는 출연진 족족 빨리 <시사IN>으로 와달라고 했습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김준일 평론가와 급한 대로 유튜브 라이브를 켰습니다. 이어 걸음해준 김민하 평론가·김종대 전 의원과 현 상황을 해설하며, 기자들이 보내준 국회 상황을 전했습니다.
경찰이 국회 출입을 막았고,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유리창을 깼습니다. 그럼에도 국회로 달려간 시민과 국회의원, 그걸 뜬눈으로 지켜본 이들 덕분에 2시간 반 만에 계엄 해제안이 통과됐습니다. 모두가 그래야 하니 한 행동이었고, 그 당연함의 연장선에서 계엄도 해제됐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더군요. 시간이 지나며 겨우 드러난 증거를 모아보니, 계엄 해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B1 벙커, 체포 명단, 케이블 타이, 작두, 단전···. 대통령은 심지어 국회의원을 끌어내기 위해 총을 쏘라는 지시를 군인에게 했습니다. 국회가 군홧발에 장악당한 다음은, 언론사도 대상이 되었을 겁니다. 모두가 무사하지 않았겠다는 사실에 마음이 서늘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감히 1980년 5월의 광주가 생각났습니다. 광주시청을 갔던 시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마음을 가진 이들의 얼굴을요. 덕분에 한강 작가의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애틋해졌습니다.
저는 요즘 이런 다짐을 합니다. 이제는 현재가 미래를 도울 차례라고요. 아직도 종식되지 않은 내란의 면면을 살필 때마다, 그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시작합니다.
출발은 ‘12월3일 계엄의 밤’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윤석열의 궤변에 맞서 우리의 기억을 쌓아 올리려고 합니다. <시사IN> 유튜브가 ‘‘12.3 계엄의 밤’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2024년 12월3일을 대하는 님의 마음은 어떤가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인터뷰 신청도 가능하니,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