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독립언론' <시사IN>의 자존심입니다 💌 2025년 3월15일 9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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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사진팀 박미소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잘 지내고 계시냐는 안부 인사를 건네기에는, 너무나 수상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네요. 여러분들이 기사에서 보시다시피, 요즘 저희가 다니는 현장은 ‘난장판’입니다.
요즘 저는 윤석열 지지자들이 있는 현장을 갈 땐 사진 기자가 아닙니다. ‘사진작가’이거나 ‘사진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둔갑합니다. 기자라고 하면, ‘어디 기자냐, 사진을 마음대로 찍지 말라, 빨갱이는 꺼져라, 죽어라’ 같은 소리를 듣기 때문입니다. 더 심한 경우에는 제 카메라를 뺏으려고 달려들고, 제 몸을 잡고 흔들어버리지요. 그럴 땐 저도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사과하라고 소리를 칩니다. 하지만 그 말은 그들에게 닿지 않고, 오히려 더 자극만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원래라면 두 대씩 들고 다니던 카메라도 한 대만 들고 다닙니다.
지난 1월31일 ‘멸공 페스티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현장에서 저는 ‘사진 공부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곳에는 특이한 부스가 있었는데요. 바로 ‘윤석열과 인생 네컷’을 찍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멸공 페스티벌 참가자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렸지요. 부스 안에서 ‘탄핵 반대, 노 차이나’가 적힌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즉석사진 두 장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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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 페스티벌에서 찍은 인생 네컷 즉석사진. ⓒ시사IN 박미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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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중년 여성이 저를 따라오며 ‘저기요’ 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혹시 구치소에 오지 않았어요?” 하고요. 저는 ‘구치소가 뭐예요?’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한겨레(기자) 아니에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저는 너무 놀란 나머지 “절대 아닌데요!” 하고 그 현장을 부리나케 나왔습니다. 기억을 되짚어보니, 서울구치소 앞에서 제게 다가와 욕을 퍼붓고, 저의 부모님을 욕하고, 제 얼굴을 찍어간 사람이었습니다. 제 얼굴을 기억하고 그날도 다가왔던 거였습니다. 그 후로 마스크를 쓰고 현장에 나갑니다.
그리고 윤석열 구속취소가 인용된 3월7일. 서울 구치소로 급하게 갔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윤석열 지지자들 틈에 서서 그를 기다렸습니다. 지지자들이 어디 소속이냐 물어보면 프리랜서 사진작가라고 소개했습니다. 다행히 저를 믿어주었습니다. ‘빨갱이는 죽여도 돼, 윤석열 석방,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들으며 시간이 흘렀습니다. 꽤 추워졌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혼잣말로 너무 춥다고 말하자, 태극기와 성조기를 꽂은 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여기 뒤에 현수막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서 그렇다’며 손으로 현수막을 잡아 바람을 막아주었습니다. ‘감사하다, 괜찮다, 모자를 쓰겠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다 해지고 때가 탄 배낭에서 주름진 지퍼백을 꺼냈습니다. ‘이런 데 오면 잘 챙겨 먹어야 해’라며, 꼬질꼬질한 애니타임 사탕을 건넸습니다. 그의 눈빛은 온화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를 든 사람이 저녁 식사를 하라는 안내 방송을 했습니다. 홀로 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의자가 놓인 곳으로 가서 컵라면을 먹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가로수 옆에 서서 컵라면을 먹습니다. 그들의 어깨는 굽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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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경이 잔상처럼 남습니다. 혼란스럽고, 마음이 복잡합니다. ‘윤석열 탄핵 반대’라는 주장과 이들이 쏟아내는 혐오 발언들은 분명 잘못되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나아지려면 이런 움직임을 조직하고 선동하는 교활한 이들을 단호히 비판하고, 이 세력과 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 수많은 이들 사이에 평범하고 외로운 사람들도 섞여 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어쩌면 이들에게는 마음 붙일 곳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지금껏 제 삶이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곁에 있는 이웃들을 너무 오래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여전히 그들을 잘 모르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지만, ‘탄핵 반대’ 구호를 외치는 군중 속 한 명 한 명을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의 생각보다, 각자의 일상과 마음이 궁금해집니다. 밉고, 화가 난다고 해서 외면하고, 담을 쌓기보다는 조금 더 가까이,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아주 오랫동안 풀어나가야 할 과제처럼 느껴집니다. 각자도생이 아닌 우리가 같은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아, 그전에 일단 윤석열부터 내려오게 하고요.
혼란스러운 시국입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어떤 상황이든 평안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파이팅!
✍🏼 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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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 관계사가 의뢰한 PNR 여론조사는 다른 조사보다 윤석열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문제가 생겨 김건희씨가 걱정하자, 명씨는 해결하겠다고 답했고 방법을 찾았습니다.
✍🏼 주진우 편집위원, 전혜원·김은지·문상현·이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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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갑니다. 2015년 MBK에 인수된 지 10년 만입니다. 유통업계는 물론 각 지점이 위치한 지역사회에까지 충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김동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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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폐기물 문제는 서울 외 ‘지역’에서 가장 뜨거운 갈등 중 하나입니다. 폐기물 발생과 처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앞마당 지표’ 분석 결과, ‘쓰레기 불평등’이 심각한 지역들이 확인되었습니다.
✍🏼 이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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