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의 요즘 일상은 어떠신가요? 탄핵이 인용된 이후에 드리는 뉴스레터라 좀 더 밝은 인사를 건넬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요즘 뉴스를 접하고 있자면 탄핵 이전만큼은 아닐지라도 분노와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4월11일 금요일은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서울 서초동 자택으로 돌아가는 날이었습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저희 사진팀은 사실상 총출동하여 한남동과 서초동에서 흔히 말하는 ‘뻗치기’를 했습니다. 탄핵당한 전 대통령의 자택 복귀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뉴스거리이긴 하니까요.
그런데 이 부부가 자택에 복귀하는 모습은 탄핵이라는 두 글자만 뺀다면 마치 무사히 임기를 마친 성공한 대통령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한남동에서 소수의 선택된 청년들과 포옹을 마친 뒤 ‘MKGA(Make Korea Great Again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쓴 윤석열의 모습은 사실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오버랩된 이미지는 게엄을 선포하던 날 확신에 차 있던 그 얼굴이었기 때문입니다.
김건희씨가 4월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으로 들어가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사실 사진기자의 자리는 ‘포토라인’으로 대변되기도 합니다. 제가 접하는 포토라인에는 지금껏 많은 권력자들이 서 있었습니다. 이명박부터 최순실 그리고 박근혜까지 많은 권력자들을 포토라인 너머에서 보곤 했습니다. 이번 4월14일 윤석열의 형사재판도 그러리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이런 큰 취재에서 사진기자들은 풀(POOL)이라는 제도를 이용하곤 합니다. 협의를 통해 소수 기자가 대표로 사진을 찍어 모든 언론사가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현장에서 원활한 취재를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이자 취재를 꺼려 하는 권력자들을 어떻게든 포토라인에 세우려는 일종의 타협안이죠.
하지만 이번 윤석열의 형사재판에서는 그 모든 것이 깨졌습니다. 법원에서는 “언론사의 신청이 늦어져 취재를 허용할지에 대한 논의 시간이 부족했다”라고 했지만, 다른 선례에 비춰봤을 때 이해가 가지 않는 설명입니다. 탄핵 후에도 당당히 자택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찍을 수 있어도 재판정에 들어서는 모습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은 일반적 상식으로도 용납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뉴스레터에는 사진을 한 장 담았습니다. 바로 4월11일 서초동 자택으로 들어가며 꽃다발을 받는 김건희씨의 모습입니다. 물론 이 사진도 ‘포토라인’에서 찍은 것입니다. 어떠신가요? 국정을 농단하고 총선에 개입했다는 뚜렷한 정황인데도 제대로 된 조사 한번 받지 않은 그 사람이, 그리고 ‘명태균 게이트’를 통해 본다면 이번 계엄의 원인일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이 개선장군처럼 꽃을 받는 모습이라니.
검사 출신 대통령이라도 그리고 그 권력을 나눈 배우자라도 결국 법 앞에선 평등해야 합니다. 이것은 포토라인 앞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다음에는 법정에 선 윤석열을, 검찰의 포토라인에 선 김건희씨를 보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직접 사진으로 담아 독자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감기 걸리지 마시고, 짧지만 남은 봄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