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식상한 질문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님의 MBTI는 무엇인가요?” 고작 네 글자로 사람을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저는 MBTI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ENTJ인 저는 최근 같은 J(판단형, <시사IN>에서는 ‘기사 마감을 늦지 않는 사람’으로도 분류함)인 변진경 국장의 말에 폭풍 공감한 일이 있었습니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국이 예측 불가능해서 힘들다!” 상황을 통제해야 안심이 되는 J로서, 기다리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당시 국장의 괴로움이 와닿았습니다. 물론 저를 제외한 ‘김은지의 뉴스IN’ 제작진은 전부 P(인식형, ‘될 대로 되어라’ 부류)인지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12월부터 쌓여온 스트레스는 3월,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계속 미뤄지면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5대 3 탄핵 기각설부터 헌법재판관의 ‘침대 축구’설까지. 살면서 그렇게 많은 받글(지라시)을 읽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선고가 영영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애가 탄 저는 결국 ‘이판사판’ 휴가를 내고 상하이행 비행기표를 끊었습니다. 다행히 출국 전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었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국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여행 중 하루는 한국인이라면 꼭 찾는 명소인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했습니다. 1926년부터 1932년까지 사용된 이 공간에는 항일운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집무실을 지나면, 벽에 걸린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결연한 표정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새기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였다면, 그 시대에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었을까?” 조국을 위해 희생한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깊은 감사함이 밀려왔습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지난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던진 질문입니다. 저는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1980년 광주에서, 1987년 거리에서, 2024년 국회 앞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운 시민들 속에서 그 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김은지의 뉴스IN’은 이에 헌정하는 특별방송을 준비했습니다.
2025년 5월16일,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주진우 <시사IN> 편집위원이 진행하는 ‘주진우 라이브’와 함께 광주에서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1980년 광주 시민군부터 2024년 계엄을 막아낸 국회의원들까지, 시대를 잇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대선을 앞둔 지금 정치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합니다. 그럼에도 의미와 재미를 놓치지 않고 독자님께 양질의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시청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