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정치이슈팀 최한솔 PD입니다.
6월3일,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선출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4일 취임선서에서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를 듣고 있자니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2024년 12월3일 밤, 거짓말 같았던 내란의 밤으로부터 6개월이 흘렀습니다. 불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까스로 통과시켰고,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법재판소를 바라보며 마음 졸였고, 조기 대선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집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국회 앞에서, 광화문광장에서, 남태령에서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추위와 어둠을 견뎌오신 모든 분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딱 하나, 제가 맞이한 긍정적 변화가 있습니다.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2030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을 가장 많이 보유한 세대로 지목되듯, 또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여당이 어떻니, 야당이 어떻니’ 하는 현실 정치의 이야기가 화제로 오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정치란 내 삶과 아주 멀고 어려운 것’이라는 감각과 ‘진영 논리’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작용하는 듯 보였습니다. 정치 뉴스를 생산하는 게 일인 저 역시, 이런 현상을 당연하게 여겨왔습니다.
미국의 대안언론 VOX의 창립자 에즈라 클라인은 그의 저서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에서 디지털 혁명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무관심한 사람들의 간격을 더 넓혀놓았다고 말합니다. 더 많아진 선택지 앞에서, 뉴스광들은 더 많은 뉴스를 섭취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은 뉴스를 덜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시끄러운 정치 뉴스 말고도 재밌는 게 너무도 많으니까요. 저를 포함한 MZ 세대에게 정치 뉴스란, 진입장벽이 어마어마한 콘텐츠인 셈입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한국 현대사를 재현한 영화나 역사 교과서에서만 보던 장면이 뉴스 속에서 펼쳐지자 친구들은 동요했습니다. 날벼락 같은 밤이 지나고 단톡방은 어느새 비상계엄의 부당함에 대한 분노와 쏟아지는 정치 뉴스로 가득해졌습니다. 제가 제작하는 <시사IN> 유튜브 방송 ‘김은지의 뉴스IN’을 꾸준히 챙겨 보는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시사IN> 유튜브 채널의 평균 시청자층 69%가 남성, 82%가 45세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주로 중년 남성 시청자들을 마주하던 저로서는 또래 친구가 저희 방송을 보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전해준다는 일이 무척 신나기도 했습니다.
12·3 내란 이후 우리가 서 있는 민주주의라는 기반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목격했습니다. 그날의 충격이 제 친구들로 하여금 정치 뉴스에 관심 갖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 무관심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민주주의라는 기반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공포를 맛본 셈입니다. 비상계엄 이후 보낸 6개월 동안, ‘정치 뉴스’라는 세계에 발을 디디고 몰입해본 친구들이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친구들마다 조금씩 각자의 정치 성향이 다름을 실감하기도 하는 이 과정이 저는 무척 즐겁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5일, 지난 정권의 거부권에 가로막혀 좌절된 3대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3년간 꽉 막혀 있던 혈이 뚫리는 기분이랄까요. 연금 개혁, 차별금지법 제정, 기후위기 대응 등 쌓여 있는 과제들을 새 정부가 ‘정치적으로’ 유능하게 풀어나가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계엄의 밤을 통과하며 정치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 친구들과 각종 현안에 대해 ‘건강한 논쟁’을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친구들아 잘 부탁해~).
✍🏼 최한솔 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