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며칠 전 적십자사에서 여는 응급처치 교육을 들었습니다. 사회팀에 있을 때 늘 받아야지, 받아야지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버킷리스트였는데요.
화재 현장, 수해 현장, 대규모 참사 현장에 갈 때마다, 잔인한 생각이지만 ‘내가 저곳에 있었다면 뭘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곤 했습니다. 모순적이게도 사회팀을 떠나고 나서야 교육을 받을 짬이 생겼네요.
교육은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꼬박 하루 내내 이루어졌습니다. 오전에는 상황별로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 이론 수업을 받았어요. 의식은 있지만 호흡이 불안정할 때, 의식도 없고 호흡도 불안정할 때, 심장 발작, 쇼크, 출혈, 구토, 동물에 물리거나 벌 또는 해파리에 쏘였을 때, 고체온 혹은 저체온일 때, 화상을 입었을 때, 감전됐을 때···. 현장에서 만났던, 뒤늦게 만났던, 그렇게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몸들이 떠올랐습니다.
오후에는 마네킹을 상대로 직접 인공호흡도 연습하고 제세동기 사용법도 배웠습니다. 성인 마네킹뿐만 아니라 아기 마네킹을 가지고도 다양한 상황을 연습해봤어요. 붕대 감는 법도 연습하고, 삼각건으로 신체를 고정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나이 드신 참가자 한 분은 “옛날에는 다 교련 시간에 배웠던 건데 말이야”라며 아쉬워하시더군요. 저만 해도 학교에서 응급처치법을 배우지 않았는데, 아마 요즘 학교에서도 마찬가지겠죠.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과목인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제는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이런저런 강습을 찾아 돈을 내고 들어야 합니다(대한적십자사 응급처치 일반과정은 7만원입니다).
강사님은 뜻밖에도 자원봉사자라고 하셨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현장에 갔던 간호사였다고, 짧게 말씀하시는 표정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어요. 선생님은 한번 배웠다고 영영 기억에 남는 게 아니니 주기적으로 응급처치법 교육을 받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자격증도 2년마다 갱신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비록 자격증은 없지만 저도 2년 후에 꼭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자님도 주말 하루 동안 응급처치법을 배워보시는 건 어떨까요? 재난의 시대, 누군가에게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적십자사 응급처치 과정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습니다.)
✍🏼 나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