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잘 지내셨지요? 사진팀 박미소입니다. 지난한 여름은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네요. 오늘은 시원하게 비까지 내리니, 정말로 가을의 시간으로 들어선 것 같아요. 아주 긴 추석 연휴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좋네요.
님은 ‘추석’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운전석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아빠의 뒷모습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턱은 위로 살짝 올리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요, 때로는 창문을 열고 바람을 시원하게 맞으며 노래를 부릅니다. 빼놓지 않고 나오는 곡은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임재범의 ‘이 밤이 지나면’, 김건모의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입니다.
음악이 흐르는 차 안에서 긴 시간을 보냈던 기억 덕분에, 또 흥이 많은 아빠를 닮은 덕분에 저도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혼자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차 안은 콘서트장이 되곤 하지요. 가끔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때마침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잘 어우러지는 순간을 만나면, ‘아 너무 좋다’는 말이 그냥 새어 나옵니다.
구불구불 커브 길이 많은 숲길에서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Fever’를 즐겨 듣습니다. 초록이 가득한 제주도 동쪽 중산간길에서 듣는 걸 가장 좋아하는데요. 곡 중반쯤에 오르락내리락 피아노와 기타 선율이 서로 교차하며 흘러나오는데, 그 선율에 맞춰 핸들을 천천히 돌리며 굽이진 길을 부드럽게 지나가면, 무언가를 말끔하고 정갈하게 잘 해낸 느낌이 듭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면, 정밀아의 ‘어른’이나 일본 밴드 키린지의 ‘에일리언스’ 그리고 빛과소금의 ‘내겐 노래 있어’를 자주 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빛과소금의 곡들을 듣고 있으면 ‘그치, 인간에게는 이런 아름다운 마음들이 있지’ 하며 인류애를 충전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우연한 기회로, 동아기획의 음악들을 더 많이 들어보게 됐는데, 가사가 좋은 명곡이 참 많더군요. 앞으로 자주 들을 것 같습니다.
잠이 올 때는 ToTo의 ‘Rosanna’, 단편선 순간들의 ‘음악만세’나 바밍타이거의 ‘부리부리(Buriburi)’를 듣습니다. 토토의 Rosanna는 35주년 기념 폴란드 라이브 앨범으로 듣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소리가 더 풍성하고, 더 신나거든요. 이 곡들을 듣고 계시면 어느 순간 머리를 앞뒤로 흔들거나, 둠칫둠칫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곡들은 출근할 때 더 자주 듣는데요. 신호등 기다리면서 듣고 있으면 진짜 에너지가 올라갑니다. 듣다 보면 ‘그래 마 함 해보자’ 하고 기분이 환기되어요.
주황빛 석양이 지는 뻥 뚫린 도로에서는 올리비아 딘이 부른 ‘The Dress’나 김현철의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이 참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끄떡끄떡 리듬을 타면서 가다 보면 괜히 더 빨리 가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쓰다 보니 님의 길 위에서 음악이 흐르는 풍경은 어떨지도 궁금해집니다. 매일 새로운 음악을 찾는 저에게, 님이 애정하시는 음악을 추천해주신다면, 아마 저의 길 위에서의 풍경이 더욱 다채로워지고 풍성해질 것 같아요. 음악이 흐르는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긴 추석 연휴 평온하고 안전하게 보내시기를, 또 풍성하게 준비한 <시사IN>도 정주행하시길 바라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미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