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사진팀 신선영입니다. 유독 길었던 추석 연휴를 끝내고 일상으로 잘 복귀하셨는지요. 이번 뉴스레터는 부끄럽지만 제 이야기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저는 사진팀에 2013년 신입으로 입사했습니다. 2023년 봄, 정말 10년 만에 후배가 생겼습니다. 드디어 사진팀 막내를 탈출한 것이죠. 한동안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고 힘이 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여성 후배가 들어오면서 가끔 유일한 여성이라서 맡아야 했던 취재 일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저는 갑자기 사진팀장이 되었습니다. 막내 탈출 2년 만에 팀장이라니. 맡은 일이나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팀장 되려면 멀었지’ 생각하며 편하게 살았습니다. 사실 도망을 쳐볼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4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도 저는 종종 ‘허들’을 넘는 느낌입니다.
올해 여름 무덥던 어느 날, 팀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식당에 앉아 각자 취재 현장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는데 팀원들의 오른쪽 손등이 까무잡잡하게 탄 것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주로 오른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일하는 사진기자들은 오른손등과 팔이 왼쪽보다 볕을 더 많이 쬐게 됩니다. ‘외부 일정이 너무 많았나’ 내심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수많은 현장 중에서 ‘선택과 집중’을 잘 결정하는 것은 주간지 사진기자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그 결정을 적절하게 팀원들에게 배분하는 일을 두고 저는 또 ‘허들’을 경험합니다.
과거에는 제가 마감한 사진, 제가 다녀온 취재 현장에만 온통 관심이 있었다면, 요즘은 한 주 동안 마감된 전체 사진을 보면서 팀원들이 어떤 취재 현장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아가는 중입니다. 심혈을 기울인 현장의 사진을 보면 저도 덩달아 힘이 납니다. 팀장이 바뀌면서 팀원들에게도 예전에 없던 이상하고 불편한 것들이 하나씩 생겨나겠지요. 협업 취재와 제작 업무를 오가는 팀의 성격상 팀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살 각오를 하고 지낸다는 것은 조금 불편한 일이지만, 이전까지 회사 생활에서 보이지 않던 부분을 알아가는 점도 있습니다.
연말에는 사진팀에 중요한 일이 남아 있습니다. 송년호 ‘올해의 사진’이 10주년을 맞아 이번에는 독자·시민과 함께 만드는 기획을 진행 중입니다. 외부 사진가와 <시사IN> 사진기자들의 사진으로 채우던 지면을 독자와 시민에게 열어놓고 있습니다. 접수 기간이 끝나는 10월26일이 다가오면서 제 마음도 슬슬 긴장되기 시작합니다. 뉴스 사진을 시시각각 봐야 하는 저 같은 직업인에게 ‘이건 기자가 절대 못 찍는다’라고 판단되는 사진들이 있습니다. 바로 한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중한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박제’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듭니다. 그런 순간은 보는 이에게도 전해집니다. 독자님의 사진첩에도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광화문광장에서, 혹은 자주 걷는 산책로에서 꼭 기억하려고 담아두었던 ‘올해의 장면’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10월이 지나면 2025년도 두 달 남게 됩니다. <시사IN> 사무실과 가까운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주변 나무들도 서서히 색깔 옷을 갈아입고 있더군요. 여름옷을 깨끗이 세탁해서 정리해두고, 따뜻한 겨울옷을 챙기는 마음으로 연말의 <시사IN>도 잘 준비하겠습니다. 독자님도 짧은 가을 만끽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 신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