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잘 지내셨지요? 사진팀 이명익 기자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이번 주는 내내 쌀쌀한 날씨여서 벌써 초겨울로 가나 싶었는데 다음 주에는 완연한 가을 날씨라고 하니 안부를 전하거나 물을 때 쓰던 일상적인 날씨 이야기를 꺼내는 게 쉽지 않은 삶이 된 것 같습니다. 일상적인 것이 일상적이지 않은 시대가 우리 시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지구 반대편에는 날씨로 안부를 묻는 것조차 사치인 나라들도 있습니다. 바로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가자지구 휴전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10월29일에 공습이 재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저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인 ‘서울 아덱스(ADEX) 2025’에 다녀왔습니다.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라고는 하지만 아덱스는 사실상 국내 최대 규모의 무기 박람회입니다.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활동가들 사이에선 ‘죽음의 시장’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날 아덱스에 참여한 기업 중에는 IAI라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영어로 풀어쓰면 ‘Israel Aerospace Industries Ltd.(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입니다. 무인기와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강점을 가진 이스라엘의 국영기업으로, 민간인 사망으로 악명 높았던 가자지구 폭격 때 쓰인 무인항공기와 정밀유도 미사일이 바로 이 회사의 제품입니다. 이날 아덱스에는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던 터라 저와 다른 언론사 사진기자는 다른 부스에서처럼 사진을 찍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부스의 한국인 안내자가 저희에게 다가와 “어느 언론사이시죠?”라고 물었습니다. 왜 그러냐는 저희의 질문에 안내자는 “저희에게 허락을 받은 언론사만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님도 박람회에 많이 가보셨겠지만 박람회에 물품을 전시해놓고 자신들의 허락을 받아야 찍을 수 있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자사 제품을 홍보하러 나온 게 박람회인데요. 제 앞의 다른 관람객들도 이미 스마트폰으로 마음껏 IAI사의 제품을 찍고 있었습니다. IAI 부스 어디에도 촬영은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안내 문구가 없었고요.
잠시 후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바로 그 IAI사의 부스를 가로막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집단학살 중단하라! 전쟁 장사 중단하라!” 그렇게 5분여간 구호를 외친 사람들은 국제앰네스티와 전쟁없는세상 등의 평화활동가들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에 관련된 이스라엘 방산기업의 박람회 참가를 규탄하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이미 이전부터 이 단체들은 이스라엘 무기 회사의 서울 아덱스 2025 참가 금지를 요구하는 서명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아덱스 공동운영본부에 전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런 행동으로라도 의사를 전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취재한 전쟁없는세상의 최정민 활동가의 말에 따르면,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비슷한 전시를 연다 해도 IAI를 초청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아니면 공격형 무기에 흰 천을 씌우며 이스라엘의 행동이 국제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한다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버젓이 이스라엘의 무기를 전시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 국방부까지 초청했다”라며 최정민 활동가는 분개했습니다.
님도 이 활동가들이 막고 싶어하는 방산기업들을 기억해주시면 어떨까요? 이런 작은 활동과 기억들이 지구 건너편의, 일상적인 삶이 소원일 수도 있는 이들이 일상을 찾아가는 데 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명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