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사회팀 이은기 기자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제가 지난 5월에 보낸 편지를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저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자주 가고 있습니다”라고 시작했더군요.
그 이후 6개월이 지났고, 개인적으로 정치이슈팀에서 사회팀으로 이동하는 변화도 있었지만 제 일상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재판을 방청하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자주 가고 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7~8시가 다 되어가도록 책상도 없는 의자에 앉아 재판 내용을 속기하고 있다 보면, 내가 여기서 뭘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듭니다.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가 내년 1월12일에 심리를 종결하겠다고 이야기한 상태라, 하루 빨리 재판이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 7월 재구속된 이후 제멋대로 16차례 연속 재판에 불출석하던 윤석열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증인 출석을 기점으로 다시 재판에 나오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제가 본 윤석열은 재판에 ‘초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윤석열은 피고인석에 앉으면 옷깃부터 다듬습니다. 스스로 결의라도 다지는 걸까요. 그 뒤 증인신문 사항(질문지)으로 추정되는 문서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본인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오면 증인을 빤히 쳐다봅니다. 어이없다는 듯 비웃거나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기도 합니다. 증언의 신빙성을 흔들기 위해 메신저인 증인을 깎아내리는 건, 윤석열과 그의 변호인단의 주요 대응 방식 중 하나입니다.
윤석열은 변호사들의 반대신문이 마음에 안 드는지, 고개를 젓고 즉석에서 메모한 종이를 찢어 변호인단에게 건넬 때도 있습니다. 사전에 조율이 되지 않은 탓에 변호인단이 뒤에 준비한 질문이라며 그들끼리 아웅다웅하는 장면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윤석열 본인이 직접 검사가 된 양 증인을 신문하기도 합니다. 정작 피고인은 본인인데, 심판관처럼 증인의 잘못을 추궁하는 모습이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했던 어느 군인은 “윤석열은 말할수록 본인에게 불리해진다”라고 단언하더군요. 윤석열이 거짓을 말할수록, 진실을 털어놓을 군인들이 늘어날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인정되면, 윤석열에게 처해질 형량은 사형이나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입니다. 재판부 계획대로라면 2월 중에는 1심 선고가 나올 것 같습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윤석열이 아닌 이야기를 들고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운 겨울 무탈히 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이은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