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사IN> 경제국제팀장 전혜원입니다. 경제도 국제도 잘 모르면서 뻔뻔하게 경제국제팀장을 맡은 지 벌써 반 년째입니다. 얼마 전에는 정년 연장 기사를 썼습니다. 연말 국회에서는 현행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현행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수급 개시 연령)는 63세입니다. 이 나이가 2028년 64세, 2033년부터는 65세로 점점 늦춰질 예정입니다. 1969년 이후 출생자는 국민연금을 만 65세부터 받게 됩니다. 법정 정년 60세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 3~5년의 소득 공백이 생깁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법정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합니다.
국가가 노후 소득 공백을 방치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년이 연장되면 청년 채용이 축소되리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2025년 11월 말 ‘한국의 건강한 고령화와 노동시장 참여(Healthy Aging and Labor Market Participation in Korea)’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해 주목받았습니다. 한국 언론 다수는 이를 IMF가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상향 조정하는 시나리오를 제안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안 그래도 ‘소득 크레바스’를 메우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설마 IMF가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에 3년간 공백을 두라고 권고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IMF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 당국이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려 하고 있으며, 이는 “노동력 감소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65세로 상향 중인 한국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라며 2024년 OECD 보고서를 인용합니다. 만약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35년까지 68세로 높이고, 이후에는 기대수명 증가에 연동할 경우 2070년까지 총고용이 14%, GDP가 12% 더 증가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4).
IMF는 또한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소득이 있을 경우 보험료를 내야 하는 나이)이 59세까지여서 현재 수급 개시 연령(63세) 사이에 3년간(60~62세) 공백이 존재하는데, 이 공백도 없애라고 권고했습니다. 결국 IMF의 권고는 법정 정년을 연장하되,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과 수급 개시 연령도 더 늦춰서 ‘고령층이 최대한 오래 일하며 보험료를 납부한 뒤 공백 없이 연금을 받게 하라’는 뜻입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상황에서 (다른 많은 나라가 그렇게 했듯이) 수급 개시 연령을 뒤로 늦추면 연금 재정에 도움이 됩니다. 보험료를 오래 납부할수록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어져 은퇴 뒤 받는 실질 연금액도 많아집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이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쓰니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이 일을 하고 계시다면, 그 일자리는 법정 정년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곳인가요, 아니면 정년 전에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으로 밀려나는 곳인가요? 계약직이어서 정년까지는 미처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신가요? 혹은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라 아예 노동법 자체를 적용받지 못하고 계신가요?
한국의 법정 정년은 60세이지만, 55~64세 취업 경험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연령은 49.4세로 50세가 채 안 된다고 합니다. 정년제를 운영하는 사업장 자체가 전체의 21.8%에 그친다고 해요. 그렇다면 정년 연장을 둘러싼 이 모든 날 선 목소리들은 누구의 것일까요? 새해에는 일부만이 아닌 ‘모두’의 존엄한 노후가 진정으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계속해보겠습니다.
한 가지 소식을 덧붙이자면, 저희는 2025년 12월29일(월) 오후 6시30분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독자분들과 함께하는 조촐한 ‘송년의 밤’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송년호에 실린 ‘올해의 사진’을 전시하고, 12·3 쿠데타 관련 <시사IN> 기사를 모아서 낸 책 <다시 만난 민주주의> 집필에 참여한 기자와 PD들의 집담회도 엽니다. 편집소통팀 장일호 기자의 사회 아래 정치이슈팀 최한솔 PD와 문화팀 이상원 기자, 사진팀 박미소 기자가 토크를 나눈다고 하네요. 선착순 30명을 모신다고 하니, 연말의 헛헛한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으시다면 신청 부탁드립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