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정치이슈팀 최한솔 PD입니다.
구독자님께 2025년은 어떤 해였나요? 한 해의 끝에 도착하면, 늘 비슷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됩니다. “나는 어떤 한 해를 보냈을까?” 저에게 2025년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 해였습니다. 30대 중반을 향해 가며 생긴 고민들에 깊이 빠져 지낸 날들이었어요. 올해 제가 경험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들이 머릿속을 지나갑니다.
올해 가장 뿌듯했던 일.
올해 가장 위로받고 싶었던 일.
내년에 꼭 이루고 싶은 한 가지.
저는 친구들과 이 세 가지 질문으로 2025년을 정리해봤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 와인잔을 기울이며 친구 K와 C 그리고 제가 나눈 이야기를 구독자님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올해 가장 뿌듯했던 일’이었습니다. 저는 12·3 불법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준비한 특집 다큐멘터리를 완성해낸 일을 말했습니다. 쉽지 않은 주제였고, 데일리 방송인 ‘김은지의 뉴스IN’ 제작을 병행하며 준비하느라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지금 꼭 기록되어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 하나로 끝까지 힘을 냈습니다.
K는 임시보호 중이던 유기견 ‘덕희’를 미국으로 입양 보낸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정들었던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덕희가 더 안전하고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된 선택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집을 샀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 어렵다는 ‘서울 자가’ 마련하기를 성공한 K입니다. 그 한마디에 올해를 얼마나 치열하게 건너왔는지가 느껴졌습니다.
C는 잠시 고민하더니 “연인과 이별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웃으면서 꺼낸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연인과의 관계를 지켜내기 위해 C가 들인 시간과 노력,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C 커플의 갈등과 화해, 그 과정에서 더 끈끈해진 관계를 곁에서 지켜본 K와 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올해 가장 위로받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 저는 인생 최고 체지방률을 찍어버린 사실(ㅠㅠ)을 말했습니다. 스스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시간들에 대한 자책이 섞인 고백이기도 했습니다. K는 강아지 덕희와의 이별을 떠올렸습니다. 옳은 선택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덜 아픈 건 아니었겠지요. 누군가를, 혹은 어떤 존재를 진심으로 보살핀 뒤의 이별이 얼마나 깊은 여운을 남기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C는 가족들과 반려견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부모님과 반려견이 부쩍 노쇠해진 모습을 발견함과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커가는 조카를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이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체감되는 해였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내년에 꼭 이루고 싶은 한 가지’였습니다. “진짜 사소한 것도 괜찮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저는 내년 목표로 “체지방률 줄이기”를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젠 정말 건강에 위험신호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K의 목표는 “반려자 찾기”였습니다. 혼자가 아닌 삶을 진지하게 상상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C는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며 “○○만원 모으기”를 목표로 내놨습니다. 현실적이고 분명한 목표라서 더 응원하게 됐습니다.
그날의 대화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생각보다 꽤 열심히 살았고, 동시에 많은 위로가 필요했던 한 해를 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연말이라는 시간은 그 사실을 인정하게 해주는 드문 순간인 것 같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읽고 계신 님! 올해 가장 뿌듯했던 일은 무엇인가요. 올해 가장 위로받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리고 2026년의 나에게, 딱 한 가지 바란다면 무엇일까요. 님도 위의 질문들로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해보시는 건 어떨지요. 2025년 한 해도 <시사IN>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6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따듯한 연말연시 되시기를.